교육과정 전문가 없이 의대 2000명 증원 배정…현장점검도 미비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발표
감사원, 교육부에 '주의' 처분…교육부 "입장 없다"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모습.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지난해 2000명이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각 대학에 배정한 위원회 위원 모두 교육과정 설계 경험이 없었던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대학별 배정 인원도 첫 위원회 회의로부터 5일 만에 현장 점검 없이 확정됐다.

감사원은 27일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자료를 공개하고 이 같은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육부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복지부로부터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확대안을 통보받은 뒤, 증원에 따른 대학별 배정 인원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전국 40개 의대로부터 제출받은 증원 수요를 보건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원배정위원회'(배정위)에서 점검해 최종 대학별 증원분을 결정하는 과정이었다.

첫 번째 문제는 배정위원을 위촉 과정에서 확인됐다. 배정위원으로 7명을 위촉했으나 이들 가운데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는 인사가 없었다.

즉, 대학이 제출한 정원과 인프라 확충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이 없음에도 정부가 이들에게 중책을 맡긴 셈이다.

'의대 2000명 증원'에 따라 교육부가 지난해 3월 20일 발표한 지역별 배정 현황.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이렇게 구성된 배정위는 지난해 3월 15일부터 18일까지 3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배정위가 본격 가동된 후 5일 만인 3월 20일, 교육부는 각 대학에 배정된 결과를 발표했다.

성균관대 등 수도권 소재 5개 대학엔 361명, 강원대 등 비수도권 소재 27개 대학엔 1639명의 정원이 신규 배정됐다. 지역의료 중추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비수도권엔 수도권보다 약 4배 많은 인원이 배정됐다.

5일 만의 전격 발표에 졸속으로 회의가 진행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당시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오석환 당시 교육부 차관은 "의대 정원을 빨리 배정해 대입 일정을 안내할 필요가 있었다"며 "배정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심도 있는 논의는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배정위가 배정 인원을 통보하기 전 대학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을 실시하지 않았고 지적했다.

심지어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대학이 신청한 증원 수용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으나, 위원회 간사가 이미 복지부 의학교육점검반이 현장 방문을 해 현장 점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답변한 사실도 확인했다.

여기에 지역거점대, 소규모 의대 등 대학 유형별로 마련한 배정기준 역시 일관성 없이 적용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예컨대 강원도에 위치한 강원대와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전국 대비 대학 소재지 권역의 인구 비율이 저조하다는 기준이 적용됐으나 같은 지역인 한림대와 가톨릭관동대는 기준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은 △배정위의 전문성 부족 △현장점검 미비 △일관성 없는 정원 배정 기준 적용을 지적하면서도 교육부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교육부는 감사원의 이번 발표에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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