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수업 중 휴대전화 금지…준비해야 할 것 [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지난 8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3월 1일부터 교육 목적 혹은 특별히 허용한 경우가 아니면 학생은 수업 중에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수업 중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과 소지를 제한할 수 있다. 다만 제한 기준과 구체적인 방식은 학교별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부정적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 학생들의 무(無)휴대폰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서 그리고 기대하는 긍정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국가와 사회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최근 미국에서 휴대전화 금지 정책 효과 분석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로체스터대학교와 랜드(RAND) 연구소(2025)의 협력 연구 그리고 랜드연구소(2025)의 연구가 그것이다. 미국 사례이지만 전면 시행을 앞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체스터대와 랜드연구소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학생 변화에 미친 영향 연구'는 플로리다주의 미국 10대 규모 대도시급 학군 중에서 종일 휴대전화 소지를 금한 학교를 분석 대상으로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지 첫해에는 정학 급증 현상이 나타났다. 정학률은 12%, 교내 격리 처벌은 20% 증가했다. 흑인 학생, 남학생에서 상승 폭이 더 컸다.
위 연구에서 보듯이 '무휴대폰' 상태에 적응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이, 부모의 관심이 낮은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초등학생보다는 중고생이 적응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 적응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처벌 규정을 만들 때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사용금지 둘째 해에서는 학업성취도 향상, 무단결석 감소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학생, 중고생 그리고 하위그룹에서 성취도 점수 상승 효과가 나타났다. 무단결석률은 중고교에서 감소 효과가 두드러졌다. 정학 수준은 무휴대폰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귀했는데 초등생은 유의한 감소를, 중고생은 점차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는 랜드연구소가 수행한 '학교장과 학생이 바라본 휴대전화 사용 금지 효과' 연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장들은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 제한 혹은 금지 정책이 사이버 폭력과 부적절한 휴대전화 사용 감소, 학교 분위기 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며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교장 중 70%가 휴대전화 금지가 학교 분위기에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고, 67%는 부적절한 휴대전화 사용이 줄었다고, 54%는 사이버 폭력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청소년들은 수업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 제한에 어느 정도는 찬성하지만, 하루 종일 금지하는 정책에는 대체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학생들은 이 정책으로 인해 학부모와의 연락이 어려울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도 이를 대표적 단점으로 보고 있었다. 우리의 경우에도 이러한 우려가 있으므로 2026년 3월부터는 학생과 학부모 간의 비상연락 체계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 지역 학교들에서도 휴대전화 사용 금지 조치 이후 학생들의 사이버 폭력 감소, 성취도 향상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일부 학교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수업이 없는 시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노래방, 비디오 게임, 탁구 등이 가능한 공간과 시설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학생들의 저항이 거셌지만 이제는 등교하면 자연스럽게 곧바로 휴대전화를 맡긴다고 한다. 가짜 핸드폰을 제출하고 몰래 사용하다가 징계를 받는 사례도 발생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러한 문제는 거의 없어졌다. 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하기에 집에서 더 많은 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시행 초기에는 부적응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이 일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학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와 교육청 차원에서 교사와 학생 대상 연수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학교 차원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교사의 부적응학생 지도 역량 강화, 학생의 적응력 강화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운영해야 할 것이다. 적응 프로그램은 올겨울부터 바로 시작해야만 부적응 사례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학교 수준의 구체적인 정책과 처벌 규정을 마련할 때 필요에 따라서는 학생과 학부모를 참여시킬 필요도 있다. 처벌 규정은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계도기간을 둔 후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초등학생보다는 중고등학생, 여학생보다는 남학생 그리고 소외계층과 이주배경 학생들의 부적응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향성을 염두에 두며 사전 적응훈련 프로그램 마련, 실제 적용 과정의 지도 계획 등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꼭 필요한 것은 전국 단위 그리고 교육청 단위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 정책 효과 분석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할 때 휴대전화 사용 금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기대한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보완책도 마련한다면 우리의 정책은 다른 나라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가인재경영연구원 교육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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