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여기가 아니네?" 수능 예비소집일 떨리는 마음으로 수험장 확인
수능 D-1 풍경 이모저모…편한 옷차림으로 고사실, 이동 시간 확인
'수능 한파' 없지만 15도 이상 일교차에 '컨디션 주의'
- 권진영 기자, 권준언 기자,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권준언 유채연 기자
여기가 아니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중앙고등학교에는 실전 무대를 확인하러 온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한 남학생은 수험표와 계단참에 붙은 수험번호를 비교하더니 차에서 대기 중인 어머니에게 당황한 듯 "번호가 아닌 것 같아. 지금 (시험 칠 고사실) 찾으러 가려고"라고 말했다.
이마에 구슬땀이 맺힌 이 모 씨(20·여)도 유심히 게시판에서 고사실 위치를 확인했다. 재수를 준비하며 마지막 한 달이 특히 힘들었다는 이 씨는 "걱정도 되고 압박감이 많이 느껴지던 시기였다"며 "열심히 최선을 다한 다음 가벼운 마음으로 놀고 싶다"고 했다.
은평고등학교에도 전의를 다지는 수험생과 보호자들이 대거 모여들어 고사실 배치표가 뚫어져라 살폈다. 대부분 양털 후드티나 청바지 등 편한 옷차림이었다. 감독관들은 수시로 드나들며 고사실 환경을 살폈다.
약대를 목표로 하는 열아홉 재수생 이 모 씨(남)는 "실수하지 않고 아는 것만 잘 맞추면 좋겠다"며 "내일은 오전 6시 40분쯤 집을 나설 것 같다. 떨린다"고 했다.
과학고 출신의 18세 수험생 김 모 군은 "나는 수시파라 마음 편하게 본다"며 긴장보다는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김 군은 "친구들과 성인이 되는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두면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운전면허를 따서 부산까지 차를 운전해 보고 싶다"라고도 했다.
맹모·맹부삼천지교 행렬도 이어졌다. 자녀의 고사실을 확인하러 온 보호자들은 수험생보다도 살뜰하게 동선을 살폈다.
아내와 함께 아들의 수험장을 보러 온 백민석 씨(53)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동선과 고사장을 미리 봐 둬야 내일 우왕좌왕 안 할 것 같아 와 봤다"며 "30분 이상 걸릴 것 같아 새벽같이 와야겠다"고 말했다.
아들에게 부담이 될까 시험 목표는 묻지도 않았다는 백 씨는 "본인이 반수를 결정한 그 마음 그대로 하면 좋겠다. 쫄지 말고"라고 담담한 응원을 전했다.
벌써 자녀 수능 응원만 4회차라는 김경애 씨(69)는 "여기저기 많이 아픈 아이라 이번으로 공부가 끝났으면 좋겠다. 아이에게도 스무살이 있으니 공부로 1, 2년을 보내는 건 아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고사실 배치표를 빤히 바라보며 휴대전화로 기록했다. 그는 교직원에게 화장실이 충분한지, 내일 이곳에서 시험을 치는 학생은 총 몇 명인지, 문이과 다 치는지, 평소 아침에 차가 막히는지, 책상이 넓은지 등등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지켜보던 교문 보안관 이 모 씨는 "휴대전화 지도앱을 보면 알 수 있어서 예비소집일에 시험장을 찾는 학생들이 줄었다"면서도 "당일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 확인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다. 그래야 자신감도 생기고 덜 불안하지 않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낮 기온은 17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평년보다 따뜻했다. 수능 당일인 13일도 '수능 한파'는 없이 맑은 초겨울 날씨가 예상된다. 단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도 이상으로 크겠으니 컨디션 조절에 유의해야겠다.
2026학년도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입실은 오전 8시 10분까지다.
응시생은 약 55만 명으로 추산되며 최종 정답은 오는 25일 오후 5시에 발표된다. 성적표는 12월 5일 배부된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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