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여기가 아니네?" 수능 예비소집일 떨리는 마음으로 수험장 확인

수능 D-1 풍경 이모저모…편한 옷차림으로 고사실, 이동 시간 확인
'수능 한파' 없지만 15도 이상 일교차에 '컨디션 주의'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예비 소집이 실시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실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2025.11.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권준언 유채연 기자

여기가 아니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중앙고등학교에는 실전 무대를 확인하러 온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한 남학생은 수험표와 계단참에 붙은 수험번호를 비교하더니 차에서 대기 중인 어머니에게 당황한 듯 "번호가 아닌 것 같아. 지금 (시험 칠 고사실) 찾으러 가려고"라고 말했다.

이마에 구슬땀이 맺힌 이 모 씨(20·여)도 유심히 게시판에서 고사실 위치를 확인했다. 재수를 준비하며 마지막 한 달이 특히 힘들었다는 이 씨는 "걱정도 되고 압박감이 많이 느껴지던 시기였다"며 "열심히 최선을 다한 다음 가벼운 마음으로 놀고 싶다"고 했다.

은평고등학교에도 전의를 다지는 수험생과 보호자들이 대거 모여들어 고사실 배치표가 뚫어져라 살폈다. 대부분 양털 후드티나 청바지 등 편한 옷차림이었다. 감독관들은 수시로 드나들며 고사실 환경을 살폈다.

약대를 목표로 하는 열아홉 재수생 이 모 씨(남)는 "실수하지 않고 아는 것만 잘 맞추면 좋겠다"며 "내일은 오전 6시 40분쯤 집을 나설 것 같다. 떨린다"고 했다.

과학고 출신의 18세 수험생 김 모 군은 "나는 수시파라 마음 편하게 본다"며 긴장보다는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김 군은 "친구들과 성인이 되는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두면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운전면허를 따서 부산까지 차를 운전해 보고 싶다"라고도 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예비 소집이 실시된 12일 서울 은평구 은평고등학교에서 학부모와 수험생이 시험실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2025.11.12/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맹모·맹부삼천지교 행렬도 이어졌다. 자녀의 고사실을 확인하러 온 보호자들은 수험생보다도 살뜰하게 동선을 살폈다.

아내와 함께 아들의 수험장을 보러 온 백민석 씨(53)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동선과 고사장을 미리 봐 둬야 내일 우왕좌왕 안 할 것 같아 와 봤다"며 "30분 이상 걸릴 것 같아 새벽같이 와야겠다"고 말했다.

아들에게 부담이 될까 시험 목표는 묻지도 않았다는 백 씨는 "본인이 반수를 결정한 그 마음 그대로 하면 좋겠다. 쫄지 말고"라고 담담한 응원을 전했다.

벌써 자녀 수능 응원만 4회차라는 김경애 씨(69)는 "여기저기 많이 아픈 아이라 이번으로 공부가 끝났으면 좋겠다. 아이에게도 스무살이 있으니 공부로 1, 2년을 보내는 건 아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고사실 배치표를 빤히 바라보며 휴대전화로 기록했다. 그는 교직원에게 화장실이 충분한지, 내일 이곳에서 시험을 치는 학생은 총 몇 명인지, 문이과 다 치는지, 평소 아침에 차가 막히는지, 책상이 넓은지 등등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지켜보던 교문 보안관 이 모 씨는 "휴대전화 지도앱을 보면 알 수 있어서 예비소집일에 시험장을 찾는 학생들이 줄었다"면서도 "당일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 확인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다. 그래야 자신감도 생기고 덜 불안하지 않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낮 기온은 17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평년보다 따뜻했다. 수능 당일인 13일도 '수능 한파'는 없이 맑은 초겨울 날씨가 예상된다. 단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도 이상으로 크겠으니 컨디션 조절에 유의해야겠다.

2026학년도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입실은 오전 8시 10분까지다.

응시생은 약 55만 명으로 추산되며 최종 정답은 오는 25일 오후 5시에 발표된다. 성적표는 12월 5일 배부된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