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초중등 교육예산, 범사회적 논의 필요 [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편집자주 ...나침반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안내하는 도구입니다. 방향은 제시하지만, 특정 경로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이 칼럼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와 나아갈 길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News1 홍예나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 초중등교육예산과 관련해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교육청을 비롯한 학교 현장 사이의 인식차가 크다. 기재부는 학령인구 감소, 교육예산의 방만한 운영, 과다한 불용액 등을 근거로 교육예산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많은 언론도 기재부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최근 3년간 교육재정에서 313조 원의 결손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학교 현장은 과밀학급 해소,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교사 부족, 교육활동 보호, 특수통합교육, 기초학력 미달 및 부진 학생 지도, 우수교사 이탈 방지 등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없어서 애를 먹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누가 옳은지,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 타당한지 등등 궁금한 것이 많다.

2026년 초중등 교육예산 감소 전망

2026년 내국세는 올해보다 증가할 전망이지만 내국세에 연동된 교육교부금은 60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이다. 유·초·중등 교육에만 사용하는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하는데, 교육세에서 교육교부금으로 전입되는 비율을 줄였기 때문이다. 한국교총은 성명을 통해 "겉으로는 총액 증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등교육 투자라는 미명 아래 유·초·중등 교육의 근간을 약화하는 불균형 예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직단체들은 교권 보호 예산, 교원 실질임금 급락에 따른 저연차 교사 이탈 및 교직 기피 현상 완화를 위한 예산 부재 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대구교육감)은 "매년 지방교육재정에서 인건비 상승분만 해도 2조 5000억 원 정도가 되는데 올해는 그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각 시도 교육청이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초중등교육예산 축소 논의에 반대하는 교육단체들의 기자회견. (뉴스1DB) ⓒ News1 김진환 기자
초중등 교육예산 축소 논의, 공론화 필요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예산 축소 주장의 타당성 검토를 위한 공론화 장을 마련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교육예산에는 세대 간, 집단 간 갈등 요소가 숨겨져 있다. 자녀가 이미 학교를 졸업한 중년 이후의 사람들에게 초·중등 교육예산 증액은 달갑지 않다. 출생률 급감에 따라 자녀가 없는 가정, 손자녀가 없는 가정도 교육예산 증액을 바라지 않는다. 이들은 교육예산 대신 복지예산 늘리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다.

미국 학교예산 수입의 절반가량은 지방교육세다. 지방교육세의 대부분은 부동산세가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을 소유한 부유한 계층은 대부분 자녀가 학교를 졸업한 중년 이후의 사람들이다. 가난한 지역의 부동산은 타지역에 사는 부유층 소유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지방교육세 인상 시도는 계층 간 갈등으로 표출되게 된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예산 축소 주장의 이면에도 이러한 세대·계층 간의 갈등이 숨어 있다. 학생 수 감소가 교육예산을 축소해야 하는 핵심 이유라면 주민 수가 급감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예산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기재부가 그러한 주장을 하지 않는 것은 중산층 이상의 무자녀(무손주) 가정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복지는 현재인의 행복을 위한 투자이고, 교육은 미래 국민의 행복을 위한 투자이므로 균형점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교육계도 합리적 교육예산 집행 노력 있어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교육 대전환을 위한 지방교육재정 전략 포럼'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시도교육감협의회, 교직단체,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교육기관·단체는 기재부 주장과 감사원 발표의 타당성을 깊이 검토해야 한다.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언론과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설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시설비를 비롯한 불용액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지방자치단체들의 불용액과 비교, 불용액의 활용 효과 등을 토대로 지속적인 대언론·국민 홍보를 실시해야 한다. 감사원이 지적한 전체 학생 대상 교육회복지원금이나 입학지원금 등에 대해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국민 지원금과 비교해 합리성이나 타당성을 입증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국민 설득에 실패하면 초중등 교육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 설득을 위해서는 교육청의 선심·낭비성 예산을 파악해 이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도 교육청이 학생 수 감소를 핑계로 학급 수 감축, 교원 연수비 삭감 등 학생 교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예산을 줄이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면 국민적 비판은 더 거세질 것이다.

여러 이유로 교육청 스스로 예산의 합리적 활용 노력을 기울이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한 하나의 방안은 교원단체와 학교운영위원회 협의회, 교육시민단체가 나서서 교육청이 학생 교육의 질 향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 교육예산을 주로 사용하도록 감시·감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각 교육청 예산 분석과 타당하고 효율적인 예산 활용 방안 제시는 관련 학회와 협력하면 쉽게 할 수 있다. 물론 교육부가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의 관계에 비춰볼 때 힘들지 않을까 예상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직성 경비의 지속적 증가, 국정 기조에 따른 새 업무 추진, 과거 증액분의 기금 적립 활용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가 기재부를 비롯한 타 부처를 설득하고, 언론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생산해 내며, 교육청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예산 집행을 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내국세에 따라 변동되는 불안정한 교육예산이 아니라 학생당 교육비 등을 바탕으로 교육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길 바란다.

☞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를 취득했고 국가인재경영연구원 교육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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