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위기 학교' 낙인효과 우려도…"치료 학생 익명성 높여야"

서울교육청, 마음건강계획 발표…"체계적 치유 가능"
"치료 접근성 높이고 병원비 등 지원 강화해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학생 마음건강 증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서울=뉴스1) 장성희 김재현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심리·정서 고위기 학생의 치료·교육을 제공하는 '마음치유학교'를 설립한다. 집중적인 심리 상담, 교과 교육을 동시에 진행해 이들이 성공적으로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서 위기 학생들을 별도의 학교에 모으는 방식이 자칫 '낙인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낙인을 걱정해 학생들이 입학을 꺼리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이해 마음치유학교 등 내용이 담긴 '서울 학생 마음건강 증진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11일 교육청에 따르면 마음치유학교은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으로 운영되며, 내년 9월 성동구 덕수고 부지에 완공할 예정이다. 대상은 초·중·고 재학생 45명이다. 마음치유학교에선 상담과 병원연계치료, 대안교육 등을 동시에 제공하고, 학교 복귀를 지원한다.

정책의 배경엔 최근 늘어난 학생 자살이 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148명이던 초·중·고교생 자살 건수는 △2021년 197명 △2022년 194명 △2023년 214명 △2024년 221명으로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6월 30일)까지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학생은 102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교사 사이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서 위기 학생을 위한 별도의 학교를 마련할 경우, 이들에 대한 주위 학생과 지역사회의 편견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강찬 전국상담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정서위기 학생들도) 마음치유학교 입학을 낙인을 우려해 원하지 않을 것이고, 학교가 들어설 동네도 아이들에 대한 눈길이 곱지 못할 것"이라며 "아이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사무처장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불안하다는 낙인이 찍힐 것"이라며 "더욱 마음의 상처를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정서위기에 놓인 학생들끼리만 모였을 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이 위원장은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회복 가능성이 있으나, 자살 위기에 놓인 학생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할 경우 오히려 서로를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청은 낙인효과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전날 "마음치유학교는 잠시 일정 기간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치료센터고, (입학 학생들은) 가해 학생이나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이 아니다"라며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치유가 가능하다고 했다.

별도 분리가 아닌, 일상 속 병원·심리센터 등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학생들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게 시민·교원단체의 지적이다.

이 처장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마음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정신건강센터·병원·심리센터 등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동시에 (치료를 받는) 학생들의 익명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도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병원에 가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병원비 지원 방안을 더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리 상태가 심각하다면, 오히려 병원 학교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병원 학교는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치료를 받으며 원격 수업 등을 통해 학업을 지속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교육청은 이에 대해 원격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내년 말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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