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형·암기식' 수행평가 없앤다지만…반영비중 조정 없인 '공염불'

개선안 실효성 논란…학교 현장 혼란·반발 커
"평가 지침 재검토하고 교사 자율성 보장해야"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강북종로학원에서 열린 '6월 모평 토대 합격점수 예측 및 2026 수시·정시 지원전략 특집설명회'를 찾은 수험생 학부모들이 입시분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5.6.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교육부가 올해 2학기부터 '부모 숙제'로 변질된 과제형·암기식 수행평가를 없애고 평가 자체를 수업시간에만 진행해 학생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개선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행평가의 교과 성적 반영 비중이 큰 데다 입시와 직결된 만큼 과제형·암기식 평가를 금지하더라도 학생들의 부담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결국 교과 성적 반영 비중 조정과 교사의 평가 자율성 보장 등 근본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수행평가 제도 개선의 실효성이 확보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는 2학기부터 중·고등학교 수행평가를 수업시간 중에만 운영하고 과제형·암기식 수행평가를 금지하는 내용의 수행평가 운영방식 개선안을 발표했다.

수행평가 시행 횟수가 지나치게 많거나 중간·기말고사 사이 등 특정 시기에 몰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크다는 우려를 수용한 조치다.

최근 유명 입시 인플루언서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가 해당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올렸고 약 3만 명이 동의하는 등 수행평가에 대한 비판 여론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개선안에 따라 교육당국은 지침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매 학기 시작 전 모든 학교의 수행평가 계획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 이후 학교 현장에서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행평가의 교과 성적 반영 비율이 40%에 달한 데다 입시와 직결되는 만큼 평가 형식을 개선해도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사노조연맹은 전날 성명을 내고 "수행평가 파행 운영의 근본 원인은 계획 수립부터 실시 과정 전부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기재와 상대평가 성적 반영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있다"며 "입시와 직결된 탓에 평가는 원래 목적을 잃어버리고 과열될 수밖에 없으며 학생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의 입장도 비슷하다. 서울의 한 일반고 3학년 자녀를 둔 김 모 씨는 "학생들은 물론 부모도 잠을 못 자게 하는 과제형·암기식 수행평가를 없애는 것은 환영하지만, 수행(평가) 결과가 입시에 반영되는 것은 그대로라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확 경감될지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수업 시간 내 수행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이에 대비할 학원을 늘려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현행 수행평가 지침 자체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교육당국은 수행평가 시행 횟수와 구술·논술형 반영 비율에 대한 지침을 두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지필고사 60% 초과 금지, 수행평가 40% 이상 등의 기계적 지침과 수행평가 횟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평가당 배점 제한 등이 학생의 수행평가 부담을 키우는 원인"이라며 "교육당국의 과도한 평가 간섭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행평가 개선안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과제형·암기식 수행평가만 금지하는 핀셋 대책보다는 제도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등교사노조는 "수행평가 및 서·논술형 평가 비율을 강제하는 교육당국 지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입시를 위한 (학생부) 기록 목적보다는 교사의 자율성과 수업 맥락을 고려한 평가 설계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