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어 전임의도 '들썩'…"이들마저 떠나면 병원 사실상 마비"

통상 1년 계약…계약 몰린 3월에 "병원 떠나겠다" 소문 돌아
정부, 수가 올리고 대화 요청…"근본적인 해결 방안 아냐"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0명 중 7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들 10명 중 6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들의 업무를 떠안게 된 전임의, 임상강사 등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0일 밤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1.2% 수준인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나 수리되지 않았다. 이 중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63.1%인 7813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하루 전인 19일 밤 11시 기준으로는 사직서 제출 6415명, 근무지 이탈 1630명이었다. 하루 만에 이탈한 전공의 수가 1630명에서 7813명으로 약 4.8배 늘어난 것이다.

전공의가 빠지면서 업무는 자연스레 임상강사와 전임의, 교수, 간호사 등에 배분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남은 의사들이 수술을 비롯해 외래·입원·응급의학과·회진 등을 다 책임지고 있어 일단 병원은 돌아가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의사들은 그래도 다 내 후배들이다 보니 힘들지만 어떻게 해보자고 꾸역꾸역 하곤 있지만 간호사나 타 직군까지들도 업무를 나눠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우려했다. 노조에 따르면 △EKG(심전도 검사) △ABGA(동맥혈액가스 검사) △Blood culture(혈액배양검사) △PCD(경피적 카테터 배액술) △irrigation(세척) △sore Dx(욕창 드레싱) △L-tube insert(위관 삽입) △Foley insert(도뇨관 삽입) △chemo port insert(항암포트 삽입) △정맥주사 △동의서 작성 지시 등 전공의가 해오던 업무가 간호사뿐만 아니라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의 직군에까지 전가되고 있다.

병원의 모든 인력이 총동원돼 전공의들의 업무를 나눠 하고 있는 와중에 전임의와 임상강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전임의와 임상강사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들로 전공의와 함께 환자들을 최일선에서 마주하는 핵심 인력이다. 현재도 전공의들의 공백에 전임의와 임상강사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하지만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82개 수련병원들의 임상강사·전임의들은 지난 20일 '정부 의료정책 발표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국민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곳곳에선 전임의들이 오는 3월 계약을 하지 않을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레지던트가 끝나고 각 과별로 세부 전공으로 수련을 하겠다는 건데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며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상당수가 2~3월에 움직이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전임의들도 전공의 과정을 거쳐왔고 다 동생들이다 보니 한몸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전공의들이 빠져서 일이 힘든 거야 어떻게든 채우려고 하겠지만 정부가 워낙 이렇게 나오다 보니 이들도 3월에 계약을 안 하겠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마저 병원을 떠나게 될 경우 병원들은 사실상 업무 마비 상황이 닥칠 거란 게 의료계 중론이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의 경우 전임의가 16%를 차지하는데 전공의가 빠진 상황에 전임의도 이 일에 동참하게 되면 병원은 정말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의료계 파업 당시에도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사실상 병원들의 의료 시스템은 셧다운 상태에 직면한 바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심할 땐 수술이 50%가 줄어든 적도 있었다"면서 "지금도 열흘 정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전임의까지 이탈한다는 건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에 박 차관도 중수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임상강사 및 전임의와도 대화할 용의가 있으니 정부와 접촉해 대화의 장에 함께해주길 바란다"며 이들에게 대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중수본은 병원에 남아 있는 의사들에게 추가 보상을 하고 응급의료 수가 등을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응급의료행위나 응급의료 전문의들의 진찰료 수가를 100% 인상하고, 증상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경증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낼 때 주는 수가도 올린다.

또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전공의 대신 입원 환자를 돌보는 전문의들에게는 건당 최대 2만5000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에 남아 있는 의사들은 이를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돈을 두 배 올려준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전임의, 교수 모두 아우와 형님으로 한몸인데 일시적으로 수가 두 배 올려준다고 해서 나가려던 마음을 접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정부가 계속 찍어 누르려고 하다 보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