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전수평가 부활에 교육감 고발 예고…벌써 갈등 고조
일부 교육청, 전교조와 '전수평가 금지' 단체협약 맺기도
학교장·교사·학부모 갈등 가능성도…"가이드라인 필요"
- 이호승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정부가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지만 확대 시행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대한 학교장과 교사, 학부모, 학생의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 때문인데,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가 확대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교육주체 간 갈등이 표면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11일 발표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것이 골자인데,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평가하기 위해 자율평가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평가는 올해 초6·중3·고2가 대상인데, 내년에는 초5·6, 중3, 고1·2로 확대되고 2024년에는 초3~고2까지 확대된다.
자율평가 참여 여부는 학교장, 개별 학급 담임교사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참여 여부를 놓고 이미 갈등 중인 시·도가 적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강원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강원지부는 지난해 7월 일제 형식의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에 따르면 강원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는 초등학교 학기 초 진단평가, 중간·기말고사 등 일제 형식의 평가를 근절하고, 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주관의 학력고사를 실시하지 않는 한편 고등학교 1학년의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실시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세종도 강원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세종시교육청도 전교조 세종지부와 최근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단체협약을 보면 '교육청은 교육청 주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 협약 때문에 강원도와 세종시는 시·도 내 학교가 전수 참여하는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가 불가능하다.
최근 부산시교육청은 교육감 명의의 공문을 시내 학교로 보내 모든 학교에서 자율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측이 교육감을 권한남용으로 형사고발하겠다고 하면서 진척이 안 되고 있다.
부산·강원·세종의 경우 학교별, 학급별로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학교장·담임교사 재량으로 자율평가 신청이 가능하지만 교사·학부모·학생 다수가 반발하면 자율평가를 신청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반대로 학교장이 자율평가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결정해도 교사·학부모·학생 다수가 반대하면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와 관련,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와 연계한 진단을 해야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정부의 구상과 달리 학교 단위별로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대한 찬반 갈등이 불거질 경우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중재할 권한이 없어 종합계획 마련 당시 이를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계획은 2020년부터 학교장·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교원단체들과 협의 끝에 마련된 계획"이라며 "각 교육주체 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만큼 우려하는 부작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참여 여부를 결정할 때 학교운영위 등을 거쳐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등을 교육부가 마련해줘야 한다"며 "학운위 등을 통해 참여·불참을 결정할 수 있는 등의 프로세스를 명확히 해 줘야 '자율평가'가 된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가령 자율평가를 받기 싫다는 학생이 나올 경우 그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한다"며 "학교나 학생이 받지 않아도 되는 경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yos54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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