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땐 다른 학교 가라고"…'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난관
모듈러 교실이나 인근 학교 분산 배치에 학부모 반발
"사전 설명 명확히 하고 동의 구해 점진적 시행해야"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교육당국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개축 대상 학교 사이에서는 재학생 분산 배치 방안이 거론되면서 학부모 사이에서 반발이 나온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서 개축 대상으로 선정된 학교 가운데 일부는 공사기간에 휴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휴교 시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분산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초는 최근 공문을 통해 학부모에게 개축 대상 학교로 선정됐다고 안내했다.
추진방향과 관련해 학교 측은 "약 3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쳐 공사를 시작한다"며 "재학생은 인근 학교로 전출하고 학교는 휴교하게 되며 공사가 완료된 이후 재개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축 사전기획과 설계를 두고 학생·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학부모는 사업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전날(29일)에는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선정 반대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재학생들은 (적어도 2㎞ 이상 떨어져 있는) 인근 학교로 강제 전출돼야 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40년 이상 노후 학교건물을 대상으로 교실 환경 개선뿐 아니라 최신 수업 기자재 등을 설치해 교수학습 혁신을 추진하는 미래형 학교 조성 사업이다. 정부 '한국판뉴딜' 과제 중 하나로 전국적으로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대상 학교 중 개축 예정인 학교 93개교를 발표했다.
학교를 개축할 경우 공사가 끝날 때까지 운동장 등에 설치된 임시 '모듈러 교사'에서 수업을 하거나, 재학생을 인근 학교로 분산 배치하는 방안이 있다.
서울 또 다른 초등학교도 최근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개축 사업 추진 관련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학교 측은 1안으로 '휴교 후 공사 추진'과 2안으로 '모듈러 교사 활용'을 제시했다.
휴교를 진행할 경우 사업기간을 단축해 개교를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인근 학교로 배치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학생을 배치받는 학교 입장에서도 학생 수가 늘어나는 부담이 생겨 우려가 나온다. 서울 한 학교 교감은 "학생을 받은 학교는 과대·과밀이 될 우려가 있다"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대상 학교 민원도 문제지만 학생 분산을 받는 학교에서도 학부모 민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노후 학교 개선을 위해 충분히 필요한 사업이지만 교육당국이 성급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사업을 추진할 때 재학생과 학부모에게 분명히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사전 설명을 명확히 하고 동의를 구해서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별 여건에 따라 교내 구성원 의견 수렴을 거쳐 모듈러 교사 사용이나 휴교 등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교에 따라 단계적 개축으로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곳도 있다. 가령 학교 부지를 분리한 뒤 새로운 교사를 먼저 짓고 학생을 옮긴 뒤 기존 교사를 철거하는 식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휴교는 학생과 교사 배치 계획을 구상해야 하는 등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며 "학생을 받는 학교 입장도 들어봐야 해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이뤄진 이후에 결정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kingko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