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학력 저하' 첫 실증분석 결과 11월에 나온다

교육과정평가원, 학업성취도 평가 학술연구 시작
코로나가 학업성취도에 미친 영향 분석 다수 포함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는 고등학교 2학년. (뉴스1DB) ⓒ News1 오장환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지난해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한 실증연구 결과가 11월 나온다. 등교일수나 밀집도 등이 코로나19가 학업성취도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이 학습결손이나 격차에 미친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첫 연구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1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학술연구' 지원사업이 13일부터 시작된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해마다 실시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데이터)를 연구자에게 공개해 실증 분석 연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데이터 검증을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한 후 1년 뒤에 데이터를 연구자에게 공개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치러진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지난 6월2일 발표됐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6월부터 연구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러나 올해는 10개월여 앞당겨 공개하기로 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학사일정 조정, 비대면 원격수업 확대 등 코로나19로 인한 연구의 시급성을 고려해 2020년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조기 제공하기로 했다"라며 "평가원 자체적으로 심층 분석을 진행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외부 요구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연구자가 독자적으로 확보한 데이터와 학업성취도 평가 데이터를 연계해 분석하는 것도 올해는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진 점을 감안해 등교일수, 밀집도 등과 결합해 분석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공공데이터가 사적인 임의 데이터와 연계돼 오·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금지해왔다.

평가원이 지난달 31일까지 연구계획서를 공모한 결과 총 40여 연구팀이 연구계획서를 제출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심사를 거쳐 연구자와 연구내용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이긴 하지만 연구계획서의 25% 정도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연구"라며 "3개월 정도 연구한 뒤 11월10일까지 최종 논문을 제출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접수된 연구계획서에는 코로나19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 다양한 이슈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등교일수가 많은 학교와 적은 학교 사이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하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등교 제한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더 큰 피해를 본 학생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이 대도시와 읍면지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분석한다. 지난 6월2일 평가 결과 발표를 보면 등교수업이 적었던 대도시 학생들이 더 많이 등교한 읍면지역 학생보다 학력이 적게 떨어졌다. 당시 교육부와 평가원은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연구계획서에는 학력 격차에 영향을 미친 요인에 대한 연구와 원격수업이 영어 학업성취도에 미친 영향,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고교 학업성취도에 미친 영향 등도 포함됐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등 원격수업 형태와 학업성취도와의 관계, 코로나19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도 진행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학습 지원 강화를 위한 대응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교육부와 평가원이 매년 실시하는 시험이다. 중학교 3학년과 고교 2학년이 대상이다. 2017년부터는 전수평가가 아니라 표집평가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평가에는 전체 중3·고2 학생의 약 3%인 2만1179명이 참여했다.

사실상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이 학생들의 학습 결손과 학력 저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첫 연구로 볼 수 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지난 6월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학습결손을 확인했다면서도 구체적 원인은 설명하지 못했다.

교사나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는 교육부 등 여러 기관에서 실시했지만 실증 분석은 사실상 없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서울교육청과 인천교육청, 경남교육청에서 학업성취도 등급 비율 변화를 분석했지만 한계가 있다.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학업성취도에는 중간·기말고사뿐 아니라 수행평가 점수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부산교육청이 지난해 일반고 24곳의 중간·기말고사 성적을 분석한 것이 그나마 실증 분석에 가깝지만 시험 난이도가 같지 않다는 점에서 분석에 한계는 있다. 부산교육청도 당시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올해 시험문제 난이도를 쉽게 조절했는데도 성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코로나발 학습결손을 이야기하지만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가능하다"라며 "등교하지 않으면서 우리 자녀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과대학교와 과밀학급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규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어 "무엇보다 실증 데이터가 나온다는 점에서 우리 학교 교육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라며 "일각에서는 전수평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경쟁과 서열화를 부추기는 일제고사가 아니라 과학적인 심층연구"라고 말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