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돌봄 새모델 '학교돌봄터' 신청, 목표의 6.5% 그쳐
기간 연장에도 750실 계획에 49실만 신청 들어와
11개 시군구 신청…"지자체 재정 감안시 버거워"
- 권형진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공간을 빌려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돌봄터'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올해 계획의 10%도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돌봄교실 이관을 요구하는 교원단체 요구에 학교돌봄터 사업을 새로 도입했지만 지자체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무리한 사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과 교육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새로 시작하는 '학교돌봄터'가 전국적으로 49개 교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계획한 750실의 6.5%에 불과하다. 신청한 자치단체가 서울, 부산, 경기, 충남 4개 시·도에서 11개 시·군·구에 그쳤다.
당초 사업신청 기간은 3월 초까지였지만 정부는 한 차례 연장해 3월 말까지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도 49실만 신청이 들어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청 기간 이후에도 계속 신청을 받고 있지만 추가로 신청한 지자체가 아직 없다"라며 "신청한 교실을 전부 선정해 9월부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교돌봄터 사업은 기존 초등돌봄교실과는 다른 운영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현재 초등돌봄교실은 학교가 운영·관리까지 맡는다. 학교돌봄터는 공간은 학교가 제공하지만 지자체가 운영과 관리 책임을 맡는다. 올해 750실, 내년 750실을 신설해 총 3만여명의 학생이 이용하게 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교원단체는 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라고 요구하고 돌봄전담사들은 이에 반발하면서 도입한 새 모델이다.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계획'에 따라 돌봄교실을 확대하려는 정부 입장에서는 절충안을 마련한 셈이다.
사업 신청 기간까지 연장했는데도 지자체 참여가 극히 저조하면서 처음부터 지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돌봄터는 인건비를 포함해 운영비를 정부와 교육청, 지자체가 1대1대2의 비율로 분담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예산과 인력을 감당하기 쉽지 않는 구조다. 정부 예산은 복지부가 '다함께돌봄' 사업에서 지원한다.
실제 8개 학교에서 27개 학교돌봄터 교실을 운영하겠다고 신청한 '서울 중구'는 전국적으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자치구 중 하나다. 행정안전부의 '2021년 지방재정 통합공시'에 따르면, 서울 중구의 재정자립도는 55.3%로 전국 243개 자치단체 중 6위다. 서울 중구는 학교돌봄터 사업을 도입하기 전부터 초등돌봄교실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학교돌봄터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자치단체도 비교적 재정자립도가 높은 곳들이다. 경기 성남시는 재정자립도가 58.5%로 전국 2위다. 서울본청(77.3%) 다음으로 높다. 학교돌봄터 사업에 참여하는 자치단체 중 직영하는 곳도 서울 중구와 경기 성남시 정도로 알려졌다.
경기 하남시(47.3%·11위)와 수원시(44.8%·14위) 시흥시(40.2%·20위) 고양시(34.7%·31위) 부천시(32.5%·40위) 오산시(28.3%·58위)도 재정자립도가 전국 시 평균(27.8%)보다 높다. 경기에서는 7개 시에서 1학교씩 총 15개 돌봄교실을 운영하겠다고 신청했다.
사업에 신청한 지자체 가운데 전국 평균보다 재정자립도가 낯은 자치단체는 부산 부산진구(19.9%·100위)와 충남 논산시(11.6%·176위) 정도에 불과하다. 전국 자치구 평균 재정자립도는 24.0%다. 학교돌봄터 사업에 참여하는 부산 기장군(28.5%·55위)도 군 전체 평균 재정자립도(11.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학교돌봄터 사업은 지자체와 교육지원청, 학교가 협의해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주체가 결정할 수 없는 구조"라며 "과밀학교의 경우 돌봄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것도 사업 참여가 예상보다 낮은 이유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학교돌봄터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올해 9월부터 내년 9월 사이에 신설하는 26개 초등학교에 학교돌봄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 학교당 2~3개 교실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50여개에서 80여개까지 추가 설치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몇 개 돌봄교실을 만들지는 지자체, 교육청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정부는 전국 750실을 계획했으나 신청은 4개 시·도 49실에 그쳤고 심지어 2018~2020년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충남 홍성군과 전남 광양시도 신청하지 않았다"라며 "신청 저조는 지자체가 학교돌봄터 사업을 버거워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의 재정과 인력을 감안할 때 초등돌봄을 직접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초등돌봄의 지자체 이관은 결국 위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돌봄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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