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기초학력진단, '줄세우기' 단정해 논의 배제할 필요 없어"
[3주년 인터뷰] "트라우마로 인해 반대 방향으로 내달려"
"국가교육위, '절대선' 아냐…정반대 효과 낳을수도"
- 장지훈 기자, 권형진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권형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지속하면서 학력 저하가 심화한다는 지적에 대해 "기초학력진단 관련 요구를 '성적 줄세우기'로 단정해 모든 논의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제2기 취임 3주년을 맞아 지난 13일 뉴스1과 가진 인터뷰에서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처방을 내놓지 않는 것은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고등학교 모두 국어·수학·영어에서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줄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었다. 이를 두고 모든 학생을 전수 평가해 맞춤형 학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20대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이후 2018년 재선에 성공해 7년 넘게 서울 교육을 이끌고 있는 조 교육감은 최근 '2025 교육체제'를 화두로 제시하며 거시적 관점에서 교육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조 교육감은 아울러 '2025 교육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은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고 중·고등학교에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는 해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모든 학교가 다시 교문을 닫아 걸고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것을 두고는 "거리두기 3~4단계가 지속하면 전면 원격수업을 계속 할 수도 있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면 등교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 일문일답.
-서울시교육감으로 일한지 7년을 맞았다. 특별한 소회가 있나.
▶평등한 교육을 향한 교육 개혁의 과정을 교육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지난 7년 동안의 교육 혁명은 사건이 아닌 과정이었다. 어떤 계기로 일거에 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크고 작은 정책, 갈등과 봉합, 선생님들의 헌신이 모여 진행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수업에서 미래교육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결국 전면 등교에서 교육 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상황이 됐다.
▶감염병이 비교적 안정적인 국면에서 등교·원격수업을 혼합한 블렌디드수업으로 교육 성과를 높이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 다만 다시 비대면을 통해서만 교육을 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뒤늦게 이에 따른 그늘을 직시하게 된 측면이 있다. 비대면수업만 이뤄지는 학교가 이상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학기 개학까지 4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전면 등교가 가능할 것으로 보나.
▶거리두기 3~4단계가 이어진다면 부분 등교하거나 전면 원격수업을 계속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면 등교를 준비하고자 한다. 2학기에는 1학기와 비교해 학교 방역 인력을 3110명 늘렸고 보건강사 250명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학교당 1~6명의 급식방역인력도 지원해 방역을 강화하겠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학력 격차가 벌어지고 기초학력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원격수업 장기화로 가속화헀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초학력진단이 '줄세우기' 프레임에 막혀 진전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기초학력국가책임제'에 대해 조금 더 전향적으로 보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간 일제고사나 학력고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통해 1등부터 꼴등까지 줄세우기한 데 대한 오랜 불신과 반대가 있었고 여기서 '일제고사 트라우마'가 생겨났다. 이로 인해 그간 더욱 반대 방향으로 내달려온 것도 사실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줄세우기로 단정하고 이와 관련한 모든 논의를 배제할 필요가 없다. 다만 결국 기초학력의 책임 주체는 현장의 교사들이다. 교사들의 판단이 중요하고 여전히 남은 트라우마를 고려하면 획일적 잣대로 진단하는 것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론장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조심스럽게 길을 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모든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을 측정하고 있지만 이 단계로 만족할 수 없다는 생각은 든다.
-문재인 정부 들어 1인당 사교육비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등 교육 성적이 낙제점이라는 비판이 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14명이 진보 교육감인 상황을 두고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도 반성적으로 돌아볼 지점은 있다. 치열하게 노력하는 데도 더 악화하는 지점이 있다. 교육은 결국 사회·경제적 조건이라는 독립변수에 수반되는 종속변수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교육계에도 '계급 분리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정의로운 차등'이라는 관점에서 교육을 정상화하려고 시도했지만 역부족인 부분이 있다. 더 과감하게 메스를 댈 필요성을 느낀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내년 7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출범을 반겼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은데.
▶궁여지책이었겠지만 내년 대선 이후 출범하게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합의가 중요한 기구이기 때문에 출범 과정에서도 합의 절차가 필요했다. 어느 정부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의제 제안 방식은 다르겠지만 집권당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존중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사회적 합의라는 절차는 지켜져야 한다.
또 국가교육위원회가 '절대선'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보면 알겠지만 하나의 제도와 정책이 하나의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하느냐에 따라 정반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3주년 기자회견에서 '2025 교육체제'를 화두로 던졌다. 교육체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 건가.
▶관료제의 기본 원리는 분업이다. 칸막이를 두고 사업들이 진행된다. 종합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개별 사안과 씨름하다보면 큰틀에서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 교육 전체를 굽어보고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임기는 1년 정도 남았지만 교육체제 전환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의제를 제안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합의한 유치원 무상급식은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는 건가.
▶오 시장이 서울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유치원 무상급식의 경우 서울시도 적극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서울시와 실무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추진하고 있다. 공·사립 구분 없이 전면 도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도입 시기와 재원 분담 비율을 논의 중이다.
-3선 도전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인가.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고, 무엇보다 가정에서부터도 장애물이 있는 상황이다(웃음). 개인적으로는 돌아갈 수만 있다면 대학에 가서 행정을 하며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교육 개혁이나 국가 개혁에 관한 종합적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우선은 '희망의 교육'을 만들어가기 위한 소임을 다하고 싶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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