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과반' 국가교육위 내년 출범…정권 누가 잡아도 편향성
'정권 거수기' 우려 속 국회 통과…"교육자치 위협" 우려도
국민 의견 수렴해 교육청에 조정한 정책 강제할 권한 가져
- 장지훈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국가교육위원회가 진통 끝에 내년 출범을 눈앞에 두게 됐지만 교육계에서는 '정권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시·도교육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에 조정된 정책을 따르게 할 권한도 갖고 있어 '교육자치'를 뒤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날 개최된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가교육위법)이 가결됐다.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인해 본회의 상정이 불발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끝내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국가교육위법은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여당 단독 표결로 의결된 데 이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 바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독립기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도 요동쳤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추진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2000년대 초반부터 제기돼 왔다.
다만 이번에 통과한 국가교육위법은 '초정권'을 지향하는 설립 취지와 다르게 위원 상당수가 친정권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커 독립기구 성격을 띠고 있어도 정치에 종속될 수 없다는 비판이 일었다.
위원 구성을 두고 잡음이 크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총 21명의 위원을 두게 돼 있다.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 교육부 차관 1명, 교육감협의체 1명, 교원단체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1명,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1명, 시·도지사협의체 1명 등이다.
이 가운데 대통령 추천 5명과 국회 추천 중 여당 몫 4~5명, 교육부 차관까지 최소 10명은 정권 친화적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여기에 진보 성향 교육감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친정부 성향 교원단체에서 1명이 포함되면 과반을 넘기게 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대교협·전문대교협이 참여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학생·학부모·청년 등 다양한 위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편향성을 띠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교육계에서는 정치 지형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현재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은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편향성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며 "위원끼리 협의를 거치게 돼 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친정부 인사가 과반 이상이라 강행해도 막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르면 내년 7월 출범할 전망이다. 애초 국가교육위법은 부칙에서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하도록 규정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서 공포 후 1년 뒤 시행하도록 개정됐다.
그간 교육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 국가교육위원회를 출범시켜 '대못 박기'를 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부칙이 개정되면서 국가교육위원회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교육감선거가 끝난 이후 출범하게 됐지만 진보가 됐든 보수가 됐든 집권 세력의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차기 정부가 들어선 뒤 출범하게 되면서 현 정부가 교육에 대못 박기하려 한다는 국민의 의구심은 떨칠 수 있게 됐다"면서도 "위원들이 정치적 견해에 따라 거수기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위원 구성에서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자치를 무력화하는 정권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교육위법 제13조에 따라 '위원회가 국민 의견을 수렴·조정하기로 심의·의결한 경우' 공론화를 거쳐 특정 교육정책을 조정할 권한을 가진다. 시·도교육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교육위원회 의결 사안을 따르도록 돼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시·도교육청의 교육자치에 우회적으로 개입해 정책을 주무르는 도깨비 방망이를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은 이어 "정권이 뜻을 달리하는 교육감들을 다스리는 도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활용할 여지가 있다"며 "이에 더해 고교학점제나 고교체제개편 같은 쟁점이 있는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공론화를 거친 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단시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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