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평가 마무리됐지만…법적 공방·교육계 갈등 불가피

지정취소 자사고 소송전 예고…전북교육청도 법적대응 준비
자사고 평가 및 존폐 둘러싼 교육계 보혁 갈등도 2R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서울·부산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신청 검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를 통해 지정취소 절차 및 평가지표 내용의 적법성, 적정성 등을 심의한 결과 서울 9개교와 부산 1개교의 자사고 지정취소를 동의한다고 밝혔다.2019.8.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재지정 평가 탈락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교육부의 지정취소 동의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반고 전환이 결정된 서울·경기·부산 자사고 10곳과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뒤집은 교육부에 분노한 전북교육청이 각각 법적대응을 예고해서다. 재지정 평가로 촉발된 자사고 존폐 논란도 교육계에서 크게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올해 교육청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해 지정취소가 예고된 자사고에 대한 교육부 동의 절차가 끝났다. 평가에서 고배를 마신 전국 자사고 11곳 중 10곳이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올해 재지정 평가는 전국 42곳 중 24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재지정 평가에서 낙제를 받아 지정취소된 자사고는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이상 서울), 안산동산고(경기), 해운대고(부산) 등이다. 전북교육청 재지정 평가 기준점수에 미달해 자사고 지위 상실 위기에 놓였던 상산고는 교육부의 구제로 기사회생했다.

재지정 평가와 그에 따른 지정취소 절차는 이날로 종료됐지만 당분간 이를 둘러싼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반고 전환이 결정된 자사고 10곳은 이미 이번 교육당국의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서울 소재 자사고 8곳은 공동으로, 안산동산고와 해운대고는 각각 소송전에 나선다.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본안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자사고 지위는 유지된다. 이렇게 될 경우 해당 자사고들은 지금처럼 신입생을 모집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기각하면 내년부터 예정대로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계에서는 2020학년도 고교 모집요강을 확정해야 하는 9월 초를 전후해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판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16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상산고 등 교육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스1임충식기자

교육부와 교육청 간 대립도 예고됐다.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를 요청했던 전북교육청은 이에 부동의한 교육부에 반발해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것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대해 다툼이 생겼을 때 헌법재판소가 헌법해석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 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권한은 교육감에 있다. 교육감은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법령을 보면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확정하려면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권한쟁의 심판의 쟁점은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교육부는 이번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또는 부동의 결정에 대해서 (법적 판단을 받아도) 그대로 (교육부 결정이) 유지돼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지정 평가로 촉발된 자사고 존폐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교육당국의 재지정 평가와 자사고 지정취소가 마무리된 이날 교육계는 또다시 양분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진보성향 교원단체·교육시민단체 등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내 자사고 설립 근거 조항을 삭제해 모든 자사고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지정 평가에 따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으로는 진정한 고교체제 개편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등 보수성향 교원단체·교육시민단체는 자사고 제도 유지를 주장하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아닌 상위법에 그 근거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통해 현장 혼란과 갈등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자사고뿐 아니라 외국어고·국제고 등까지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교육계 혼란과 갈등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안산동산고등학교 자사고 지정취소는 국가권력이 학생과 학부모를 짓밟은 폭거"라면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2019.7.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kjh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