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관심사, '멋진 친구·예쁜 선생님'은 옛말

시공교육, 1만명 설문조사…"성적향상이 인간관계 잣대"
"우등생 친구가 최고"…저학년이 교우 성적에 더 민감
‘미녀’선생님보다 ‘공부의 신’ 선생님 10배 이상 선호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우산을 쓴 채 하교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학년이 올라갈때 친한 친구와 반이 갈라져서 울고, 교실에 들어온 예쁜 선생님을 보며 열광하는 초등학생 모습은 모두 옛말이다.

요즘 초등생들은 다르다. 영악하다.

친구보다 신학기 성적을 걱정하고, 예쁜 담임 선생님보단 무섭더라도 이해하기 쉽고 정확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을 더 원한다.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씁쓸한 현실이다.

초등교육 전문기업 시공교육(www.home-learn.com) 부설 아이스크림 홈런 초등학습연구소는 신학기를 맞아 전국 초등학생(1~6학년) 98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학기 초등생들의 최대 고민은 교우관계가 아닌 학업성적으로 나타났다. 총 여섯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에 응답한 초등생들의 관심은 모두 ‘성적’에 쏠려있었다.

대다수 초등생들은 성적을 기준으로 친구와 선생님을 갈랐다.

초등생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 ‘성적’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선생님 역시 친절하고 재미있는 인간적인 부분에 호감을 느끼기보단 성적 상승에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신학기 최대 고민을 묻는 질문에 32%의 아이들이 ‘학교 성적’을 꼽았다. 이어 ‘친구 관계’ (14%)와 ‘무서운 담임 선생님’ (13%) 순이었다.

다만 응답률은 성별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남녀 모두 최대 고민으로 학업성적을 꼽았지만 남학생은 28를, 여학생은 34%로 비율이 달랐다.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상급학년 성적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인 셈이다.

다른 문항에서도 초등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새 학년에는 어떤 친구와 친해지고 싶냐’는 질문에 33%의 학생이 ‘공부 잘하는 친구’를 뽑았다. 2위는 ‘착하고 친절한 친구’(23%), 3위는 ‘재미있는 친구’ (15%)가 꼽혔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고학년보단 저학년이 오히려 친구의 성적에 예민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답변이 저학년에서는 44%를 차지한 반면 고학년에서는 30%를 기록했다. 대신 고학년들은 ‘착하고 친절한 친구’(24%), ‘재미있는 친구’ (18%)에 호감을 느꼈다.

고학년보다 저학년들이 친구의 성적에 예민한 이유에 대해 시공교육 관계자는 "자녀의 독립성이 성립되지 않은 초등 저학년들은 학부모의 판단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정에서 ‘학습’의 중요성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학부모들이 성적을 기준으로 자녀를 포함한 친구들을 판단하면 아이들 역시 자연스럽게 성적을 중심으로 교우관계를 맺게 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신학기에 선호하는 담임 선생님을 묻는 질문에는 25%의 학생들이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을 꼽았다.

외모가 예쁘고 멋진 선생님을 선호한 학생은 2% 남짓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10배가 넘는 아이들이 미모의 선생님보다는 실력 있는 ‘공부의 신’ 선생님을 선택한 것이다.

최형순 아이스크림 홈런 초등학습연구소장은 “교우관계를 맺을 때도 학업 성적을 고려할 만큼 초등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면서 “신학기의 낯선 환경과 함께 학과 공부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도록 학부모가 가정에서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자녀가 부담스러워하는 과목과 연계된 체험학습 등을 통해 교과 공부에 흥미 돋우고 이해를 도와주면 아이가 학업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br>

andrew@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