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임용시험 2년 연속 제외에 준비생 '절망'

대책위 활동 나서…교육부 "일본어만 그런 것 아냐"

충남교육청이 실시한 초,중학생 일본어 캠프./뉴스1© News1 홍석민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과 시·도교육청 임용시험 공동관리위원회(공관위) 등은 전체 65개 교사 임용시험 전공과목 중 30개 과목만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올해 시험을 치르지 않게 된 과목 가운데 일본어가 포함됐다. 특히 일본어의 경우 지난해 이어 올해도 단 한명도 뽑지 않는다는 공지에 일본어 임용시험을 준비 중이던 준비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얼른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싶어 사범대를 조기졸업했다는 이모씨(26·여)는 졸업 후 2년째 시험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사범대 출신이라는 이유 만으로 서류전형에서부터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운이 좋게 면접까지 가더라도 '교사자격증이 있는데 회사에서 돈 벌어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듣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또 "국가는 4년간 선생님이 되는 교육만 받게 하고 자격증도 줬으면서 정작 나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데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사범대 교수님들까지도 어차피 수요가 없다는 생각에 점점 선생님을 만들기 위한 교육 보다는 취업 위주의 수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일본어 등 소수 과목에 시간·기간제 강사를 채용하거나 다른 교과목 교사에게 단기간 연수를 시킨 뒤 해당 과목을 가르치도록 해 학생들의 학습권 마저 침해당하고 있다.

이런 강사들에게 수업을 맡기는 것도 모자라 담임 교사까지 하도록 하는 학교마저 있다.

최모씨(30·여)는 아이들이 예쁘고 교실에 있는 게 좋아 중학교에서 시간제 강사로라도 일을 해왔지만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최씨는 "대학원을 나온 뒤 마냥 놀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 나중에 경력으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시간강사를 하게 됐다"며 "1년 반 동안 시간강사로 있으면서 시험문제 출제 뿐 아니라 학생들까지 관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월, 화, 수요일 학교에 갔는데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가지 않으니 눈치 빠른 학생들은 제가 강사인 것을 알더라"며 "교사로서의 사명감도 있지만 학생들 가운데 소외되거나 왕따당하는 학생이 눈에 띄어도 강사인 나로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다. 나는 교실에 있으면 선생님이었지만 교무실에서는 강사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편의점 아르바이트만큼 돈을 받아 생활이 안 되는 수준이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면서 "교사 수요가 없다고 해서 다른 직업을 갖게 된다면 행복하게 살 수 없겠다는 생각에 다른 계획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간제 강사로 중3 담임까지 맡았다는 박모씨(34·여)는 "갑작스레 아이들 담임을 중간부터 맡고 나서 살이 5kg씩 빠졌다"며 "애들이 술 마시다 걸려 신고가 들어오면 찾아갔고 여자애들이 담배를 피워 금연학교도 같이 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이들과 졸업까지 함께하려고 했는데 여름방학 중에 교육청에서 새로운 선생님이 오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박씨는 "아이들과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마지막이 됐다"며 "제가 불안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했고 다시 제대로 공부해서 정교사가 돼 아이들을 당당히 만나고 사랑을 주는 교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사범대를 졸업하거나 교육대학원 출신 등으로 임용시험을 준비해 2년째 손을 놓고 있는 학생들과 시간제·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그만두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준비생들이 모여 '일본어 교사 임용대책위 준비위'(대책위)를 결성했다.

현재 온라인 카페 등을 위주로 모이고 있는 대책위에 총 150여 명 정도가 가입한 상태다.

대책위는 일부 시·도에서 일본어 교사 수요가 있었음에도 시험 출제 비용 등을 이유로 교육당국이 뽑지 않기로 사전예고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책위는 일본어 과목을 포함한 소수 과목에 대한 시·도 교육청의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임용시험 문제가 비단 일본어 과목 만의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 타 과목 전공들과도 연대해 활동해나가기 위해서다.

이들은 교육부와 교육청, 평가원의 부처 이기주의에 준비생들만 몸살을 앓고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임용권이 교육감에게 있다며 교육청 탓으로 돌리고 교육청은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평가원 탓으로 돌리지만 교육부에 가장 책임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교사자격증 발급과 사범대 인가 등의 주체가 교육부이고 임용시험이 교육부령으로 진행되는 만큼 교육부가 나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원이 시험문제 출제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해당 과목 교사에 대한 수요가 있는 일부 교육청끼리 연계해서 임용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해 달라는 요청에도 교육부는 묵묵부답이라고 대책위는 밝혔다.

또 준비생들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임용시험 사전예고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우선 기자들과 국회의원을 만나며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1인 시위 등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또 사범대 교수들에게 이같은 상황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활동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하다고 했다. 정작 시험 공고가 나도 공부를 못 해 합격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제대로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려는 사람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준비생들은 이처럼 속앓이를 하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요가 없으면 못 뽑는 상황은 어쩔 수 없다"며 "일본어 뿐 아니라 독일어, 프랑스어 등은 몇년째 못 뽑아 포기하고 있다. 다른 과목들은 일반화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과 평가원이 마찰을 빚어 임용시험이 파행을 겪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현재 두 기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율해나가고 있다"며 "학생들이 불안해하는 점에 대해서는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사전예고를 강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hm334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