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검찰 출두' 한달 지났는데 검찰은 왜?

'박지원 연루설' 양경숙 사건 수사도 '지지부진'…저축銀 사건까지 '희석'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 News1 이광호 기자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아 지난 7월3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두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70)에 대한 사법처리를 놓고 검찰이 극히 이례적으로 한 달 넘게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올해 말까지 국회가 쉬지않고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처리를 놓고 검찰이 실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대두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구속기소)으로부터 5000만원,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60·구속기소)로부터 3000만원 등 총 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7월30일 검찰에 의해 체포영장이 청구됐다.

또 박 원내대표는 오 전 대표로부터 김성래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62·여·구속기소)을 통해 4억원 가량의 로비자금을 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이미 박 원내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방침을 보고했지만 한상대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여러 상황을 감안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변수 중 하나가 이른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관련 양경숙 전 라디오21 대표(51·구속)의 금품수수 사건이다.

여차하면 저축은행 건과 함께 박 대표를 압박할 이른바 '히드카드'가 될 수 있었지만 아직 이렇다할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어 박 대표 처리를 놓고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사건 초기에는 박 원내대표와 양씨가 수천통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라는 사실이 검찰의 통화내역 조사결과 드러나 민주통합당 측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박 대표 이름으로 발송된 공천대가 요구 문자메시지를 결국 양씨가 전송한 것으로 확인돼 사건 자체의 의미도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최근까지 양씨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1차 계좌추적 조사에서도 박 대표와 민주통합당이 직접 연관된 물증을 찾지 못했다.

더구나 현영희 전 새누리당 의원의 공천헌금 수사가 부산지검에서 이뤄진 것에 비해 이번 사건은 '검찰총장의 칼'이라고 할 수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가 직접 수사에 착수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뇌부가 지나친 정치적인 고려와 타이밍을 보느라 어렵게 수사한 저축은행 건마저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가 생물임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검찰이 특정사건에 이런저런 고려요소를 넣을수록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튈 수 있다"며 "양씨 사건이 단순한 공천사기극으로 결론나면 박 대표의 저축은행 비리의혹마저 희석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오는 10월 한상대 검찰총장이 '피의자' 박지원 국회 법사위원과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 마주앉는 보기드문 모습도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ar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