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영화 '암살자(들)', 명백한 사자 명예훼손"…실제로 '죄' 될까

"구체적 허위사실 적시돼야…분위기만으론 부족"
고소하더라도 친족·자손만 가능한 '친고죄'…동의 없이는 고발 불가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서울=뉴스1) 권진영 강서연 기자 =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야권에서는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법조계는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창작물인 영화가 고의로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등은 역사 왜곡 논란과 별개로 법리적으로 판단할 쟁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판이 열린다면 헌법에 기본권으로 보장된 예술의 자유(22조)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영화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를 암살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며 "사자 명예훼손죄에 명백히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연출한 작품들은 종종 논란에 휩싸인다. '암살자(들)'의 경우 유력 정치인이 형사 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해 논란이 더욱 거세다.

형법 제308조(사자의 명예훼손)는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제227조는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 친족 또는 자손은 고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제삼자가 고발하더라도 친족 등 고소권자의 동의 의사를 받아야만 사건이 접수된다.

법조계에서는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영화에 그려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묘사·표현이 구체적인 허위 사실 적시로 인정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허위 사실이 사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어야 한다.

김성천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영화 속) 분위기만으로는 안 된다"며 "누가 언제 무엇을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허위 사실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허위이면서도 이것이 허위임을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내용이어야 한다. 또 해당 허위 사실이 망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대부분의 관객이 박 전 대통령이 사건의 배후인 것처럼 받아들인다면 사자명예훼손으로 인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원 한뜻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글자로 쓰진 않았지만 그 영화를 본 관람객 10명 중 7~8명은 박 전 대통령이 배후라고 받아들인다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명예훼손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에선 고의성 여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예컨대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거나 편집할 당시 해당 내용이 허위 사실임을 인식했는지가 관건이다. '미필적 고의'도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

또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 공연성이 있는데, 이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그 허위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충족된다.

다만 창작물에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법정에서는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등 창작물에 대해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데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한다.

적시된 사실의 내용 외에도 △제작 목적 △실존 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과 가상 인물에 의한 허구적 이야기가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이 결합된 구조와 방식 △시청자의 입장에서 역사적 사실로 오해될 정도는 아닌지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판결 요지에 따라 대법원은 2010년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국무총리 등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KBS 대하드라마 '서울 1945'의 PD·작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실존 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보다 가상 인물에 의한 허구의 사실이 더 많은 드라마라는 점이 인정되고 구체적인 허위 사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창작물인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 넓게 인정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실제 인물이 명백히 특정되고 허위 묘사가 명예훼손에 이를 정도라면 별도로 법적인 판단을 받을 부분"이라고 말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