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서 진폐증 얻고 우울증 악화로 사망…법원 "업무상 인과관계 인정"
약 30년 진폐증 투병…사망 전 호흡곤란·불안·우울 고통
法 "업무상 질병으로 정신질환 악화…진폐유족연금·장례비 지급해야"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탄광에서 일하던 중 얻은 진폐증으로 인한 우울증이 악화해 자살한 광원의 사망은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진폐유족연금 및 장례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정은영)는 탄광 광원으로 근무한 A 씨의 자녀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진폐유족연금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 소송비용은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하라고 했다.
광원 A 씨는 1986년 근무 중 진폐증을 진단받고 입양했다. 진폐증으로 발생한 우울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던 그는 2023년 10월 3일 숨졌다.
자녀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진폐유족연금 및 장례비를 청구했다. 유족은 A 씨가 진폐증 진단을 받고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해 수면·불안 장애를 겪었고, 사망 직전에는 진폐합병증인 기흉 증상까지 겹쳐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A 씨가 스스로 삶을 끝냈더라도 사망과 진폐증, 업무상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24년 "진폐증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진폐유족연금과 장례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자녀들이 불복해 제기한 심사청구와 재심사청구도 모두 기각 처분했다.
이에 A 씨의 자녀들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는 업무상 질병인 진폐증으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악화해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망 약 1년 전부터 A 씨의 폐 기능이 급속히 나빠지고 호흡곤란이 지속된 점에 주목했다. 호흡곤란이 불안과 공포를 증가시키는 요소라는 점, A 씨가 숨지기 전 의료진에게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겠다" "숨이 차고 기력도 없어 일상이 너무 힘들고 지친다"는 표현을 한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법원 감정의의 소견을 바탕으로 "A 씨가 진폐증이나 진폐합병증을 치료받는 과정에서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꼈던 망인으로서는 사고 무렵 깊은 절망감과 무기력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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