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소청 참새를 잡지 마라

지난 17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불이 켜져 있다. 2026.9.18 ⓒ 뉴스1 이종수 기자
지난 17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불이 켜져 있다. 2026.9.18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저 새는 해로운 새다."

마오쩌둥이 1958년 벼 낟알을 쪼아먹는 참새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단정은 중국 전역을 휩쓴 '참새 소탕 작전'의 구호가 됐다. 군인과 농부, 학생들은 너나없이 빗자루와 몽둥이를 들고 참새를 때려잡았다. 모기·파리·쥐·참새를 질병을 옮기고 곡식을 축내는 네 가지 해로운 동물로 지정해 박멸하는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이다.

참새가 사라지면 풍년이 올 것이란 공산당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소탕전이 절정에 달한 1958년에만 중국에서 2억 마리의 참새가 박멸됐다. 그러자 참새가 잡아먹던 메뚜기와 해충이 논밭에 들끓었고,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흉작이 들이닥쳤다. 1958년부터 1961년까지 대기근으로 굶어 죽은 중국인만 4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68년 뒤 한국에선 'K-제사해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별건·표적 수사를 일삼았던 검찰이 표적이 됐다. 그 죄로 검찰청은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고, 검사는 수사권을 잃었다. 그러나 범여권은 검사의 수를 더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검찰의 권한이 아닌, 검사 그 자체를 '해로운 참새'로 지목한 꼴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논리는 명료하다. 수사·기소의 분리로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됐는데도 검사의 법정 정원(2292명)을 줄이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저항이란 주장이다. 공소청이 검찰청 시절의 몸집을 유지한다면 향후 직제 개편이나 법령 해석을 통해 우회적으로 수사권을 다시 쥘 수 있다는 불신도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권을 폐지했다고 검사가 처리할 사건까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전국 검찰청 캐비닛에 쌓인 미제사건은 16만 건이 넘는다. 10월이 되면 상당수가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잠시 일감이 줄어든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수사가 끝나면 기록은 공소청으로 되돌아온다. 결국 검사가 고스란히 다시 떠안을 사건들이다.

검사가 줄수록 남겨진 검사가 맡는 사건은 많아진다. 검사 1인당 평균 미제 사건은 지난해 4월 72.1건에서 올해 3월 173.8건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검사도 사람인 이상 한계가 있다. 지난해 각각 2만여 건, 1만여 건이었던 3개월·6개월 초과 장기 미제는 올해 나란히 3만 건을 넘어섰다. 오매불망 사건의 결론만 기다리는 국민의 고통이 그만큼 길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달고 산다는 서울중앙지검의 한 공판검사는 산처럼 쌓인 기록 더미를 보며 "자기 사건이 대충 처리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결국 누군가의 인생"이라고 했다. 법무부가 민주당의 성화에 못 이겨 '검사 정원 축소'를 약속하면서도 감축 규모만큼은 끝내 못 박지 않은 속내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개혁의 칼이 향할 곳은 사회 정의를 해치는 권력 남용이지, 일하는 검사까지 베어선 안 된다. 마오쩌둥은 제사해운동의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아 더 큰 화를 불렀다. 결국 중국 공산당은 제사해 목록에서 참새를 빈대로 교체하고, 소련에서 참새 20만 마리를 몰래 수입했다고 한다. 민주당식 검찰개혁의 부작용이 현실이 됐을 때, 사라진 검사는 어디서 수입할 것인가.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