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사장에 스케치북으로 고백한 경찰…대법 "강등처분 적법"

'민원 취소' 요구하며 39차례 연락하고 반복적 근무태만
대법, 처분 취소 2심 파기…"경찰 기강·국민 신뢰 훼손"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민원을 취소해 달라며 민원인에게 39차례 연락하고 순찰 근무 중 상대의 거부에도 반복적으로 고백하는 등 근무 태만을 일삼은 경찰관에 대한 강등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3일 경사 A 씨가 부산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A 씨는 2023년 11월 민원 취소 강요와 개인정보 부당 취득, 근무 태만 등 5개 사유로 강등처분을 받았다.

A 씨는 자신의 신고 처리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이를 철회해 달라며 민원인에게 전화를 20차례 걸고 문자메시지를 19차례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순찰 근무 중 카페 창밖에서 스케치북으로 업주에게 고백한 행위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A 씨는 업주의 거부 의사에도 반복적으로 접근해 고백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사고 신고를 처리한 뒤 사적인 연락을 목적으로 여성 당사자의 전화번호를 동료에게 넘겨받은 행위도 징계 사유였다.

1심은 이같은 징계 사유를 모두 인정해 A 씨에 대한 강등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신고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과 후배 경찰관에 대한 갑질 등 두 가지 사유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행위에 대해서도 민원인에게 보낸 문자가 고압적이거나 협박적이지 않았고, 근무 중 고백한 행위의 근무 태만 정도가 중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강등처분을 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에 대해 "비위행위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고의 행위는 비위의 정도가 중하고 비난가능성 또한 크다"며 "이로 인해 경찰조직의 기강 및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원인이 경찰 조사에서 '자꾸 연락이 오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들어 "원고의 계속된 연락행위로 인해 상당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카페 업주에게 반복적으로 고백한 행위 역시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 등 심리적 고통을 줬다는 점에서 "사안이 경미하다거나 비위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민원인의 거부 의사와 상사의 접촉 금지 지시를 무시한 반복 연락만으로도 징계 기준상 강등이 가능하고, 일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사유만으로 처분의 타당성이 충분히 인정되면 징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