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검사들] ③짐 싸는 검사, 쌓인 미제…5년간 704명 떠나고 미제 5배↑

'탈출 러시' 올해만 106명 퇴직…미제 사건 16만↑
사건 적체로 처리기간도 길어져…평균 10~11개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뉴스1

(서울=뉴스1) 문혜원 김민재 기자 =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맞춰 검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발로 뛰는 검사들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검찰개혁 불안감으로 검사들이 떠나면서 미제 사건이 쌓였고 늘어난 업무량을 견디지 못한 검사들이 또다시 퇴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검찰개혁에 '탈출 러시'…5년간 검사 704명 떠나

26일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검찰 조직을 떠난 검사들은 704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2년 146명 △2023년 145명 △2024년 132명 △2025년 175명 △2026년(9월 21일 기준) 106명이 퇴직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체 퇴직자(175명) 가운데 약 42%에 해당하는 71명이 8~9월에 퇴직을 택했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우자 불투명한 미래와 경력 문제를 고민하다가 조직을 떠나기로 결정한 검사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위원회는 '수사와 기소 분리를 위한 검찰개혁 완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이어 같은 해 9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소청·중수청 설치 작업과 형사사법체계 논의가 본격화된 올해에는 퇴직 검사 106명 중 48명이 의원면직, 52명이 명예퇴직으로 검찰 조직을 떠났다. 전체 퇴직 검사의 94.3%가 스스로 퇴직을 택한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양 기관(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하는 상황 속에서 불안함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기관이 출범해 각자 기능을 발휘하다 보면 직원들도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검찰, 퇴직에 파견에 미제 사건 급증…'파산지청' 신조어도

검사들이 조직을 이탈하면서 남은 검사들이 체감하는 업무량은 크게 늘었다. 특히 올해는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과 2차 종합특검, 상설특검(쿠팡·관봉권), 정교유착 합동수사본부(합수본), 선관위 합수본 등에 검사를 파견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인력난이 가중됐다.

인력이 부족해지자 사건 처리는 더뎌지고 미제 사건은 급증했다. 법조계에서는 '파산(破産)지청'이라는 자조 섞인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전국 미제 사건은 16만 건을 돌파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첫해였던 2021년(3만 2424건) 대비 5배가량 폭증한 것이다. 검사 1인당 평균 미제 사건도 지난해 4월 72.1건에서 올해 3월 173.8건으로 141% 뛰었다.

장기 미제 사건은 가파르게 늘었다. 구체적으로 3개월을 넘긴 사건은 △2021년 1923건 △2022년 5336건 △2023년 7827건 △2024년 9075건 등으로 1만 건 미만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2만 3053건으로 2만 건을 넘어섰고 현재 3만 5000건도 돌파했다.

6개월 초과 장기미제 사건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1만 4368건에 불과했던 6개월 초과 장기미제 사건은 올해 7월 기준 3만 2591건으로, 1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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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적체 심화…처리 기간 두 배 가까이 늘어 평균 10~11개월

과다한 업무량에 지친 검사들이 조직을 떠나자 사건 처리 기간은 하염없이 늘어졌다. 형사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1년 168.3일(5~6개월), 2022년 185.8일(6개월) 등 200일을 밑돌았는데, 2023년 214.1일(7개월), 2024년 312.7일(10~11개월) 등으로 길어졌다.

오는 10월 2일 검사의 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 보완수사와 재수사 요구가 반복되면서 사건 적체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사가 송치기록을 검토하다가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직접 보완수사를 했지만 앞으로는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만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검사 정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현행 검사 정원(2292명)의 약 80~85% 수준으로 공소청을 출범하기로 정했다. 공소청 출범 이후에는 중수청 특례 임용 등으로 발생하는 결원을 충원하지 않고, 검사 정원을 감축하는 검사정원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검찰 내부에선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진영 광주지검 순천지청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6기)는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중견 검사들의 대거 이탈로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들을 주로 담당해 주어야 할 검사들의 공백이 너무 크다"며 "청의 수석급 검사들에게 과도한 '깡치사건'(사실관계가 복잡한 사건)들이 몰리고 그 여파는 저연차 검사들에게까지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군가는 검사들이 왜 매일같이 야근을 하거나 주말까지 나와 일을 하지 않느냐, 국민들의 고통은 안중에 없느냐, 신속히 사건 처리를 하지 않으면 검사들의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다그친다"면서 "어느 정도 사건을 처리해야, 매일 어느 정도 시간을 야근해야, 주말에는 몇 번이나 나와 일을 해야 직무유기가 아니고, 업무태만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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