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검사들] ②밀려드는 기록…"낮엔 단거리, 밤엔 마라톤합니다"

서울중앙지검 영장 전담·송치 전담 검사들 인터뷰
"타이타닉 악사들 심정으로 주어진 사명 다할 것"

허수진 인권보호부 부부장 검사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9.18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문혜원 김민재 기자

"낮에는 단거리 달리기, 밤에는 마라톤을 합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영장 심사 업무를 맡은 허수진 인권보호부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41기)는 지난 18일 뉴스1과 만나 영장 심사 업무를 이같이 표현했다. 허 부부장검사에게는 하루 많게는 70건 안팎의 영장 심사 업무가 밀려든다.

영장 심사는 단순히 서류를 읽고 판단하는 업무가 아니다. 법정 시한 안에 수사의 필요성과 인권 침해 가능성 등을 함께 판단해야 하는 사건들이 쉴 새 없이 들어온다.

업무 시간에는 통상 1시간 안에 부검·직접 검시·검시관 검시 가운데 어떤 절차를 진행할지 결정해야 하는 변사 발생 통보가 접수된다. 이를 검토하는 사이에도 약 3시간 안에 결정해야 하는 사후 구속·압수수색 영장이 들어온다. 오후 4시까지 법무부에 도달해야 하는 출국금지 결재도 수십 건에 이른다.

구속영장은 기록 검토뿐 아니라 피의자 면담까지 거쳐야 해 사건에 따라 4~5일이 걸리기도 한다. 허 부부장검사는 "'시한 있는 결정'은 제가 하고 싶은 꼼꼼함의 100분의 1도 하지 못한 채 결단해야 하는 때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다수인 다단계 사건이나 공범이 수십명에 이르는 보이스피싱 사건, 추적 과정이 복잡한 해킹 사건 등은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온전히 검토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영장 심사는 단순히 눈앞의 영장 발부 여부만을 판단하는 일이 아니다. 허 부부장검사는 법원과 검찰이 영장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은 이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유죄가 선고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영장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지만 검사는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되는 단계에서 어떻게 수사를 진행하고 어떤 부분을 보강하면 유죄가 입증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며 영장을 검토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정기훈 검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9.21 ⓒ 뉴스1 이종수 기자

경찰의 1차 수사를 거친 사건을 넘겨받아 처리하는 정기훈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검사(사법연수원 44기)는 기업·금융 사건을 주로 맡고 있다. 하루 대부분을 수사 기록을 살펴보고 법리를 검토하는 데 쓴다.

정 검사 사무실 한가운데에는 수사 기록이 가득 쌓인 수레들이 놓여 있었다. 형사사건 전자화로 최근 송치되는 기록은 종이 분량만 놓고 보면 줄었지만, 그럼에도 가득 찬 수레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건 하나를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정 검사는 이를 두고 "하한은 있으나 상한이 없다"고 했다. 비교적 간단한 사건은 몇 시간 안에 처분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등 증거관계가 복잡한 사건은 검토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검사는 송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퍼즐 맞추기'에 비유했다. 경찰이 보낸 증거만으로 사실관계와 법리를 판단할 수 있다면 그대로 처분할 수 있지만, 기록을 살피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부족한 부분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검찰이 처리해야 할 사건 가운데에는 장기화하는 사건도 있다. 사건의 양 자체도 상당하지만, 휴직·파견 등에 따른 실근무 인원 감소와 그에 따른 사건 재배당이 반복되면서 수사가 장기화하기도 한다.

사건 처리가 장기화하면 사건관계인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장기간 불확실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검사는 특히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처분이 지연된다는 자체만으로 답답하고 불안할 수 있다"고 했다.

허수진 인권보호부 부부장 검사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2026.9.18 ⓒ 뉴스1 박지혜 기자

일각에서는 형사사법 체계 개편으로 검찰의 수사 기능이 폐지되면서 검사들의 업무량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를 검토하고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정 검사는 실제 업무량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예단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수사에 투입되는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경찰에 어떤 부분을 보완해달라고 요구할지 살피고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당장 검사실에서 사람을 불러 조사하는 일을 하지 않게 되니 그 시간만큼은 빠지는 거라는 생각은 든다"면서도 "대신에 그만큼 무엇을, 왜,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보완 수사 요구에 적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정기훈 검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9.21 ⓒ 뉴스1 이종수 기자

공소청 직제안에 따라 현재 검찰의 인권보호부는 사라진다. 사법경찰관의 영장 신청 단계부터 기소 여부 결정까지의 연속성·효율성을 고려해 실질적인 사법 통제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그동안 5명이 전담해 영장을 살펴온 중앙지검의 경우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 등 영장 심사 업무가 형사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공소청 출범 이후 검사의 영장 청구 기능이 강화되면서 경찰과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허 부부장검사는 영장 단계에서 검사의 검토를 강화하는 취지는 권한을 두고 다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판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건에 최대한의 노력을 들이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시간과 인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검토 단계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전제하고 업무를 한다면 서로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 검사는 사실관계 확인권 등을 통해 형사사법의 정의를 실현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검사는 공소제기 또는 공소 유지, 재수사 요구 여부를 결정하기 전 필요에 따라 피의자, 사건관계인, 전문가, 사법경찰을 면담해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단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확보한 진술·자료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정 검사는 "서류만으로 사실관계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증거로 활용할 수는 없더라도 사실 확인권을 통해 최대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연주를 이어간 악사들과 같은 심정으로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k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