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암 발병 우려' 엘러간 인공유방 보형물 소비자들, 손배소 1심 패소
법원 "'안전성 갖추지 못한 결함' 증명 안 돼"
소비자 불안감·정보 비대칭 고려…소송비용은 회사 부담
-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희소 암 발병 우려가 제기된 제약사 엘러간(현 애브비)의 인공유방 보형물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소비자들이 또 패소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부장판사 이정재)는 지난 9일 A 씨 등 소비자들이 엘러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다만 소송비용은 엘러간이 부담하도록 했다.
앞서 다른 소비자 200여 명이 엘러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도 법원은 원고패소 판결한 바 있다.
A 씨 등은 2009년부터 유방확대술 또는 유방재건술을 통해 엘러간 '바이오셀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을 이식하는 시술을 받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11년 유방 보형물과 희소 암의 일종인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발병 사이에 잠재적 연관성이 있다는 예비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자진 회수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엘러간은 리콜 조치를 시행했고 한국에서도 해당 유방 보형물 및 유방 확장기가 회수됐다.
A 씨 등은 엘러간의 보형물이 제조상·설계상 결함이 있는데도 엘러간은 그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표시와 경고를 하지 않고, 오히려 위험을 축소하거나 부정하는 표시를 했다며 제조물 책임법, 표시광고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주장하면서 위자료를 포함해 각 1000만 원씩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엘러간이 제조물 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려면 A 씨 등이 이 사건 보형물에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A 씨 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엘러간의 보형물로 인해 BIA-ALCL이 발병했다는 등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제조상·설계상 또는 표시상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독일 뒤셀도르프 고등법원을 비롯해 스페인,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도 엘러간 보형물의 결함을 인정했다거나 엘러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엘러간이 보형물 사용 설명서나 사용 시 주의 사항 등에 '이식 후 BIA-ALCL이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는 등 설명을 기재해 그 위험성을 지속해서 표시·경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2020년 3월부터 6년 이상의 기간이 지났으나 다행스럽게도 A 씨 등 중 실제로 BIA-ALCL이 발병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A 씨 등이 느끼는 불안감, 두려움 등이 엘러간의 보형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고 사건 특성상 당사자 사이에 증거의 구조적 편재와 정보 비대칭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소송비용을 엘러간이 부담하도록 했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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