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청 근거부터" 조희대, 靑에 공 넘겼지만…"갈등 근본 해결 요원"

曺 "근거·사유 명시하면 진행"…靑 "조속히 후속절차 해야"
"타개 방안 없어 교착 장기화 불가피"…권한쟁의는 신중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6.9.23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한수현 장시온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가 입장을 밝히면서 공을 다시 청와대로 넘겼다.

그러나 이미 청와대가 3차례에 걸친 언론 공지를 통해 "국민들이 다 아시는 반려 사유를 유독 대법원장만 '공문에 그 내용이 없으니 모르겠다'고 하냐"며 대법원 입장에 반박했기 때문에, 청와대 공문을 문제 삼은 조 대법원장의 이번 조치가 결국 갈등의 장기화만 부추길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대 "공문에 형식적 하자 있다는 취지 아냐" 추가 해명

대법원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조 대법원장의 추가 입장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대해 "요청에 응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뒤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청와대와 여권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자 입장 발표 하루 만에 추가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8월 28일자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되어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22일)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 28일 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22일 입장 발표에는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릴지,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이 유효한 건지, 공문의 부서에 하자가 있다는 것인지 등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입장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오며 혼란이 가중됐다.

"명확한 근거·사유 제시돼야 절차 진행" vs "조속히 후속 절차 취해야"
강유정 대변인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법관 후보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8.28 ⓒ 뉴스1 허경 기자

조 대법원장은 추가 입장에서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되어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청와대가 공문을 다시 송부하면 후속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도 해석되지만, 근본적 갈등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미 청와대가 전날 재제청 요청 공문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담기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손 후보자에 대해 헌법 제104조 제2항과 법원조직법 제41조 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며 "제청을 반려하는 헌법적 근거는 공문에서 분명히 밝혔고,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께 소상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23일엔 추가 공지를 통해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호도하고 있다"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범한 시민의 관점에서 공문 내용을 이해하고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조속히 후속 절차를 취하여 주기 바란다"고 했다.

설령 청와대가 공문을 다시 대법원에 보내더라도, 조 대법원장이 사유에 대해 반박하며 또 다시 제청을 거부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조 대법원장은 추가 입장 발표에서 "재제청 요청과 관련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제청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청와대가 든 재제청 요청의 이유 중 하나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재제청 요청 배경을 설명하며 "이번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제청은 그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청와대는 23일 대법원에서 법령상 근거 없이 후보자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려고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한 것이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재차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이 구체적인 근거를 받아들여 다음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결국 청와대 등 여권이 원하는 김민기 판사로 제청이 이뤄지지 않고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갈등의 근본 원인은 아직 남아있다.

한 부장판사는 "(추가 입장 발표가 있더라도) 결국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다"며 "(갈등 국면을) 타개할 방안은 없는 것 같다. 내년에 퇴임하는 천대엽 대법관 후임 제청도 어려울 것 같고, 결국 새 대법원장이 와야 해결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통령과 대법원장 중 어느 한쪽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 한 현 교착 상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법관 공석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제청권과 임명권을 둘러싼 헌법 해석에서 행정부와 사법부 양 기관의 입장이 극명히 갈리면서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는 23일 권한쟁의 심판 청구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대법원 차원에서 청구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한 고법판사는 "대법원장이 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면 명시적으로 대법원장이 헌재 아래로 들어가는 형국이 된다"며 "자신이 지명한 재판관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양새가 된다. (법원 입장에서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소환,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탄핵 추진 등 "다시 대법원 개혁 드라이브"를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