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 재심 면소 피해자도 국가배상 인정해야"
대구 미문화원 폭파 사건 손배소 대법 첫 판단
"면소사유 없었다면 무죄 선고…인과관계 인정"
-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군부독재 시절 이른바 대구 미국문화원 폭파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과 가혹 행위를 당한 피해자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재심에서 무죄가 아닌 면소 판결을 받았더라도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 미문화원 폭파 사건 손해배상 청구소송 관련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3일 대구 미문화원 폭파 사건 피해자 A 씨와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 등은 1983년 9월 22일 발생한 대구 미문화원 폭파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불법 구금과 가혹 행위를 당한 뒤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6월 경찰이 대구 미문화원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 씨 등 다수의 민간인을 영장 없이 연행해 한 달여 기간 불법 구금했고, 조사 과정에서 구금된 민간인을 폭행하고 진술을 강요한 사실 등이 인정돼 일부진실규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재심 절차가 진행됐고, 재심 사건에서 법원은 A 씨 등은 구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범죄 후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됐을 때에 해당한다"며 면소 판결을 선고하고, B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이들에 대한 재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A 씨 등 피해자와 유족은 재심 판결 전 유죄 확정 판결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2심은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은 A 씨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면소 판결을 받지 않았더라면 무죄 판결을 받았을 거라는 개연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B 씨를 제외한 원고들에 대해선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진 2010년 6월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 씨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면소사유가 없었다면 무죄 판결이 선고됐을 것이므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심 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 법령 폐지로 인해 면소 판결이 확정된 경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 과정에서 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해 유죄가 선고됐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 면소 판결이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죄 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고,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행위와 유죄 판결 사이 인과관계가 있는지 별도 심리해 판단해야 한다"며 "경위를 종합하면 면소사유가 없었다면 무죄 판결이 선고됐을 것이라는 점에 관해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이 이뤄진 경우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면소 판결이 확정된 시점부터 A 씨 등의 단기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된다고 판단했다. 재심 절차에 앞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더라도 재심 사건의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일반인이 재심을 통해 유죄 판결의 확정력이 배제되기 전부터 자신이 수사 단계에서 입은 피해와 유죄 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입은 피해를 구분하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shh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