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李공소취소, 진상조사 결과 봐야"…檢 내부 "가능성 열어둔 것" 우려
검찰미래위·조작기소 특검 '투트랙’…李 사건 6건 모두 대상
공소청 초대 검찰총장 유력…檢 내부 "공소취소 임무 받았나"
- 최동현 기자,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김민재 기자 =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7기)이 23일 이재명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 공소취소와 관련해 "진상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향후 진상조사나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공소취소 지휘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가진 도어스테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대해 "매우 잘못된 수사 방식"이라고 밝혔던 점에 대해선 '절제된 수사'와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 원칙을 언급하며 "기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쌍방울그룹이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이 대통령은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취임 이후 1심이 중단됐다. 이 대행이 공소취소 문제엔 즉답을 피했지만, 과거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는 기존 인식은 재확인한 셈이다.
이 대행이 언급한 '진상조사'는 법무부 산하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의 진상조사단 활동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단은 검찰미래위가 선정한 조사 대상 19건을 조사 중이다. 이 가운데 이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은 총 6건(쌍방울·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법인카드 유용)이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 수사도 수사 결과에 따라 이 대행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4월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12개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한 특검법을 발의했는데,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특검에 의한 진상규명'을 재차 주문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특검법에서 공소취소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미래위 조사와 조작기소 특검 수사라는 '투트랙 진상규명'이 이뤄지면 그 결과가 향후 공소청이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유지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진상규명 결과, 이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 단계에서 증거 조작이나 진술 회유·압박, 위법한 별건 수사 등 공소제기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결론 내리면 공소청이 자체적으로 공소취소를 검토할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관련 재판 가운데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와 쌍방울 대북송금, 성남FC 불법 후원,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 6건은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아 현행법상 공소취소가 가능하다. 이들 사건은 모두 검찰미래위와 조작기소 특검의 조사·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공소청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는 이 대행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식 임명되면 두 갈래 진상규명 결과를 토대로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유지 여부를 재검토하도록 지휘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공소청 출범을 열흘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이 대행이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는 대검 차장으로 발탁되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공소취소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이 차장은 친정권 성향 검사로 분류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때 이른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지난해 11월 수원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검찰 내부에선 이 대행의 발언을 사실상 공소취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이 대행의 발언에 대해 "대놓고 공소취소할 수도 있다고 하는 거네요"라며 "진상조사단에서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가져오면, 공소 취소하겠다는 얘기지요?"라고 적었다. 이어 "공소청장 후보까지 올려놨으면, 그분들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잖아요"라며 인사 배경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조사단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건 공소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라며 "저렇게까지 얘기하는 것을 보면 공소취소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온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 일선 검사는 "감찰도 아니고 조사라는 행위가 어떤 성격인지도 애매하다"며 "이 결과를 가지고 공소취소를 한다는 것도 되게 위험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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