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판 중이던 과거사 사건도 소멸시효 특례 적용" 첫 판시
영덕 민간인 희생자 유족, 2012년 패소확정 뒤 진실규명 결정
재소송 중 '소멸시효' 특례 규정 시행…"소송 중 사건에도 적용"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멸시효를 이유로 패소 판결이 확정된 과거사 사건 피해자 유족이더라도, 올해 2월 개정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에 따라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또 해당 규정이 법 시행 당시 진행 중인 재판에도 적용된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박 모 씨 등 6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에 환송했다.
한국전쟁 전인 1949년 7월, 군경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총살당한 희생자 A 씨의 유족인 원고들은 2012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패소했고 판결은 확정됐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경북 영덕 군경이 A 씨를 포함해 민간인 20명을 적법절차 없이 살해한 행위는 불법"이라며 공식 사과와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유족들은 2024년 1월 소송을 다시 제기하며 "진실규명 결정으로 앞서 확정된 손해배상 소송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모두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고, 유족들은 상고했다.
그런데 사건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지난 2월 과거사정리법이 전면 개정·시행됐다.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사건은 장기 소멸시효 적용을 받지 않고, 법 시행 전 진실규명 결정을 받거나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소송에서 패소한 사람도 법 시행일부터 3년 이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특례 규정이 새로 들어갔다.
대법원은 "개정 과거사정리법 취지는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가 과거 반민주적·반인권적 행위의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철저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반성의 토대 위에서, 장기 소멸시효기간을 배제하거나 스스로 시효이익을 포기하고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새로이 제기하더라도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한 패소 확정 판결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 과거사정리법 시행 이전 진실규명 결정이 이뤄졌다면, 비록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한 청구기각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피해자는 이전 소송과 상관없이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이는 개정 과거사정리법 시행 이전에 이미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돼 개정 과거사정리법 시행 당시 소송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개정 과거사정리법에 의해 손해배상을 다시 청구할 수 있으므로, 앞선 확정 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정 과거사정리법 61조와 부칙 5조의 취지를 밝히며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특례에 관한 적용례인 개정 부칙 5조가 개정 과거사정리법 시행 당시 소송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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