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관 재제청 안한다"…靑 "깊은 유감, 헌법 위배"(종합2보)
"재제청 요청 정당화할 구체적 헌법적 근거·사유 찾을 수 없어"
"대법원장 제청권, 국민에 선출된 대통령 임명권 무력화하는 것"
- 이장호 기자,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김근욱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대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법원은 22일 언론 공지를 통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한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반려한 지 25일 만이다.
대법원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 28일 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뜻대로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 3명 중 1명을 재제청할지, 과거 전례와 법원조직법 규정에 근거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려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을지는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과거 전례에 따라 추천위를 새롭게 구성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추천위를 구성하지 않고 앞서 손 부장판사를 대법관으로 제청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법조계 일각에선 나온다.
대법원의 공지 직후 청와대 또한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어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며 "대법관 1인당 연간 3500~46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 1인의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하여야 한다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재차 대법관 재제청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7일 퇴임한 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선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지만,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 부장판사에 대해선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간 대법관 인선 시에는 대법원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거쳐 공감대가 형성된 뒤 대면 제청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조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손 부장판사에 대해 서면 제청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8일 청와대로부터 재제청을 요청받은 조 대법원장은 당초 지난주 관련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이 갑작스럽게 부친상을 당하면서 입장 표명 시점이 미뤄지게 됐다.
아울러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 14일에는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으며 16~18일에는 서울에서 아태 대법원장회의가 개최되면서 조 대법원장의 공식 입장 발표 시점은 더 늦어졌다.
전날(21일)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 본관 대접견실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과 이흥구 전 대법관 서훈 수여식에 참여해 이번 제청 갈등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 대통령을 대면하면서 갈등 향방이 바뀔지 관심이 모였다.
다만 조 대법원장이 지난 일주일간 세 차례에 걸쳐 사법권 독립을 강조하면서, 청와대 등 여권이 요구하는 나머지 3명 후보 중 제청을 다시 하는 방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 대법원장의 '사법권 독립'을 강조한 이 같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국가 기관들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는 대법원장의 제청권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임명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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