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헌 결정에도 헌재-법원 신경전…"재판지연 계속 심리할 것"

진천규 항소심 재판부 "위헌 결정과 재판 지연은 별개"

헌법재판소/뉴스1 DB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진천규 통일TV 대표 항소심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의 남북교류협력법 관련 합헌 결정이 나온 것과는 별개로 4년의 헌재 심리 지연과 당사자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계속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수석부장판사 전보성)는 21일 진 대표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법률(남북교류협력법) 자체가 헌법 위반인지와 재판 지연 및 참여권 침해가 있었는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절차적 기본권 침해를 따져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진 대표가 지난 2022년 6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뒤 이달 합헌 결정까지 심리가 4년 넘게 소요된 경위, 그동안 당사자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됐는지 등을 헌재 결정과는 별개로 계속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헌재에 심리 지연 이유를 묻는 사실조회를 했음에도 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해명 기회를 준 건데 해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을 11월 9일에 열기로 하고 별다른 사정이 없으면 이날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반 법원이 헌재 절차를 심사할 권한과 그 한계, 진 대표의 방어권 침해 여부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헌재 심리를 기다리며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한 상태로 4년 넘게 재판이 지연된 사건으로, 재판부가 헌재의 심리 지연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 이목을 끈 바 있다.

진 대표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북한에서 구입한 서적 19점 등 물품 총 146점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반입한 혐의로 지난 2020년 10월 기소됐다.

당시 남북교류협력법은 북한 물품을 반입하려면 품목과 거래 형태, 결제 방법 등에 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1심은 지난 2022년 5월 진 대표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고 압수 물품에 대한 몰수를 명령했다. 진 씨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진 대표는 1심 판결에 불복했고 같은 해 6월 헌재에 남북교류협력법의 제13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는 4년이 넘도록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았고,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6월 헌재에 심리 지연 사유를 묻는 의견요청서를 보냈다.

언론 설명자료를 통해 헌재의 심리 지연에 따른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사하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4년 만에 재개된 공판에서 "헌법소원 결과를 기다린다는 이유로 추정(추후 지정)했고, 4년이 지났는데도 (헌재의 심리가) 진행되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후 헌재는 이달 17일에야 헌법소원 제기 4년 3개월 만에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해당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승인 없는 물품 반입을 사후에 감독하기는 어렵다면서 "미승인 반입 행위를 형사제재로 규율하는 것이 입법재량을 벗어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정계선 헌법재판관은 물품 자체의 유해성과 관계없이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홀로 반대의견을 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