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자에 휴대폰 넘긴 사기 조직원…대법 "증거은닉 교사 아냐"
체포 전 휴대전화 동승자에게 넘겨 "알아서 정리해줘"
대법 "동승자도 형사처분 받을 지위…교사죄 성립 안돼"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사기 조직원이 체포 직전 옆자리 동승자에게 휴대전화를 넘겨 숨기게 했더라도, 그 동승자 역시 처벌받을 수 있는 처지였다면 증거를 은닉하도록 시킨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기,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모 씨에게 증거은닉 교사 혐의는 무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라오스에서 부업 알바 사기 조직 범행에 가담하던 한 씨는 2025년 7월 김 모 씨와 함께 국내로 들어오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김 씨는 한 씨에게 자기 명의 토스뱅크 계좌 등을 빌려주고 200만 원의 대가를 받은 인물로, 두 사람은 라오스에서 두 달가량 같이 살았다.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이 "관계기관에서 신병을 인계받고자 하니 다른 승객들이 내릴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자, 한 씨는 자신이 체포될 것을 예감했다.
한 씨는 김 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면서 "알아서 정리한 후 휴대전화를 엄마에게 전달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한 씨가 체포된 이후 김 씨는 한 씨와 자신의 대화를 삭제한 뒤 한 씨 모친에게 연락하고 한 씨 외삼촌을 만나 휴대전화를 전달했다.
한 씨는 사기 및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김 씨는 계좌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및 김 씨의 휴대전화를 은닉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김 씨는 부업 알바 사기 범행에는 공범으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1심에서 두 사람 모두 유죄가 인정돼 한 씨는 징역 1년, 김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은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 형량은 1심 그대로 징역 1년을 유지했다. 반면 김 씨의 증거은닉 혐의는 1심처럼 유죄가 인정됐고, 김 씨의 상고 포기로 형이 확정됐다.
2심은 "김 씨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휴대전화를 은닉할 방법이 없었다"며 "이는 결국 한 씨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교사가 아닌 자기 범죄에 대한 증거은닉으로 봤다. 자기 범죄에 대한 증거 은닉·인멸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대법원도 2심과 마찬가지로 한 씨의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로 봤다. 그러나 이유가 달랐다.
대법원은 "증거은닉 교사죄가 성립하려면 피교사자의 행위가 증거은닉죄에 해당해야 한다"며 "그런데 김 씨 자신도 한 씨 사기 범행에 사실상 관여해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한 씨 휴대전화에는 김 씨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자료도 함께 들어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 씨 휴대전화가 김 씨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김 씨를 증거은닉 혐의로 처벌하지 못할 수도 있어 한 씨의 교사 혐의도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한 씨의 부업 알바 사기 범행이나 김 씨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행에서 두 사람은 공범으로 기소되지는 않았으나, 증거은닉죄에서 '타인의 형사사건'이란 은닉행위 시에 아직 수사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사후적으로 실제 수사 또는 기소가 이루어진 사건으로 이를 한정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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