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성폭력 피해자 성수남 씨 별세…국가배상 소송, 유족이 잇는다
43년 만에 피해 증언…국가 상대 손배소 참여
5·18 현장사진 654장 기증 추진…역사 기록 위해 말년 바쳐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증언하고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한 성수남 씨가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성 씨는 최근 급격히 건강 상태가 악화해 섬망 증세를 보였으며, 지난 30일 오후 10시 50분쯤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이했다.
5·18 성폭력 피해자 모임 '과거사 젠더폭력 진실과 치유의 길을 여는 5·18 열매'(열매)의 윤경회 간사는 "'5·18보상법' 시행령 마련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선생님께서 그 결과를 보지 못하고 떠나셨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성 씨는 2023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처음으로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렸다. 1980년 항쟁 이후 43년 만이다.
열매가 공개한 성 씨의 진술 중에는 "도심 시위 진압 작전에서 부상자나 사망자를 옮기고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구타를 당하고, 총알 파편이 몸에 들어와 마취 없이 수술하고, 성폭행까지 당했지만, 그 직후에도 활동을 멈출 수 없었다. 당시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모르지만, 계속 하나님께 '용기를 주세요'라고 기도하면서, 목숨을 내건 사람처럼 움직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성 씨의 증언은 열매를 통한 다른 피해자들과의 연대로, 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확장됐다. 계엄군과 수사관들의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행위에 대해 아무런 규율을 하지 않은 국가의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이다.
2024년 12월 12일 시작된 손해배상 소송에는 피해자 14명과 그 가족 3명이 원고로 참여했다.
해당 소송은 지금까지 총 4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오는 10월 30일 오후 3시에 열리는 5차 변론기일부터는 원고 측 진술과 증인 신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원고 대리인 하주희 변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난 6월 성수남 선생님을 뵀을 때 '끝까지 잘해보자'고 말하고 헤어졌는데 너무 갑작스러워 마음이 좋지 않다"면서도 "어제 유족들과 만나 말씀드렸다. 소송 수계를 위한 형식적 절차를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하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국가폭력과 성폭력이라는 중첩적인 피해를 입은 점, 1980년이라는 시대 상황, 지금까지 아무런 위로나 배상·진실 규명이 안 된 상태라는 점 등을 고려해 남은 피해자들이 살아가는 동안 충분한 치유와 회복이 가능한 정도의 손해배상금이 인정되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성 씨는 손해배상 소송 진행과 동시에 후대에 5·18 민주항쟁 역사를 알리기 위한 사진 기록물 기증도 추진했다.
열매에 따르면 성 씨는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과 사진 654장에 대한 '기록물 기증 협약'을 지난 8월 20일 체결할 예정이었다. 5·18 당시 사진사였던 남편과 찍은 사진들이다.
윤 간사는 "선생님은 너무나 기뻐하셨고, 이제야 원이 풀렸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협약식은 건강 악화로 이행되진 못했으나 사진은 현재 기록관에 보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성 씨는 생전 항쟁 중 행방불명된 이들의 시신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되길 바란다는 뜻도 남겼다.
고인은 진상조사에서 "광주 곳곳에 5·18을 기념하는 장소가 있지만, 현재까지 이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추모하고, 그분들의 죽음이 헛된 것이 아니라고 교육할 수 있는 ‘역사의 연장’이 없다는 것이 늘 안타깝다"며 "그런 추모 공간에 당시 현장 사진을 상설 전시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윤 간사는 "선생님께서 마지막까지 기다리고 바라셨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그 일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함께 기억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성 씨의 빈소는 광주광역시 만평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일 오전 7시 50분이며 장지는 국립 5·18 민주묘지다.
realk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