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안 내고 공탁 늦춘 '불량한' 변호사들…법원 "의뢰인에 300만원 배상"
선고 이틀 전 공탁·통지서는 선고 뒤 접수…탄원서도 미제출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형사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이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하지 않고 형사공탁도 뒤늦게 진행해 의뢰인이 양형에 관한 실질적인 판단을 받을 기회를 잃었다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2부(부장판사 곽형섭 전서영 양형권)는 A 씨가 변호사 B 씨와 C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5월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1심 판결 중 일부를 취소하고 B 씨와 C 씨가 공동으로 A 씨에게 위자료 3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당초 청구한 위자료는 5000만 원이었다.
앞서 A 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2023년 7월 기소됐다. 그는 형사사건 1심 변론이 끝난 뒤인 2024년 3월 B 씨와 C 씨를 선임했다.
위임계약에는 형사사건 1심 선고까지 업무를 진행하되 검사가 항소하면 항소심 선고까지 무료로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피해자 합의와 공탁을 대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착수금은 1500만 원이었다.
이후 형사사건 1심은 2024년 5월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변호인들은 항소심에서도 변론을 맡았다. 항소심 선고기일은 2024년 10월 2일로 정해졌다.
B 씨는 A 씨 부친에게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되 성사되지 않으면 공탁을 진행하고, A 씨의 사과문·편지·반성문과 부친의 탄원서를 묶어 의견서로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뒤에도 공탁은 곧바로 진행되지 않았다.
B 씨는 선고를 엿새 앞둔 9월 26일 A 씨 부친에게 선고기일이 연기되면 새로운 기일에 맞춰 공탁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락을 받은 9월 30일에야 공탁 절차에 착수했고, A 씨 부친이 마련한 공탁금 1000만 원은 이날 오후 4시에야 전자공탁으로 납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0월 2일 오전 선고기일에서 A 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판결문에는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의 합의 등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A 씨에게 불리한 양형 사유로 기재됐다.
이 과정에서 형사공탁 사실 통지서는 선고 시각이 지난 뒤 항소심 재판부에 접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같은 해 11월 양형부당 주장이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A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A 씨는 변호인들이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하지 않고 공탁서를 재판부에 직접 내지 않아 공탁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인들이 수임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항소심 재판부에서 일부 감형을 받을 수 있었는지 여부를 별론으로 하더라도 양형에 관한 실질적인 판단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됐다"며 "이러한 기회 상실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탁하기로 A 씨 측과 협의했는데도 변호인들이 선고기일 연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공탁을 미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고기일이 임박해 공탁해야 할 별다른 사정이 없었다며 "공탁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적절한 시기에 공탁함으로써 형사공탁이 반영된 양형 판단을 받도록 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변호인들이 제출하기로 한 A 씨의 반성문과 부친의 탄원서를 실제로 제출하지 않아 A 씨가 반성문 등이 전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소심 판결을 받은 점도 의무 위반으로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변호인들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문제가 된 부분을 제외하면 성실하게 변론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300만 원으로 정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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