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들, 국가·부산시 상대 손배소 일부 승소
장기간 감금·강제노역·폭행 피해…위자료 총 8억1200만 원
"강제수용 근거 된 1975년 내무부 훈령은 위헌·위법해 무효"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국가의 부랑인 정책에 따라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됐던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광역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8억 1200만 원을 배상받게 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정용신)는 지난달 25일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김 모 씨 등 4명이 국가와 부산광역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와 부산시가 공동으로 원고들에게 총 8억 1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별로는 수용 기간에 따라 △2억 3100만 원 △2억 7300만 원 △2억 8700만 원 △21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이 인정됐다.
앞서 김 씨 등이 신청한 손해배상금 총액은 11억 8000만 원이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에서 운영된 국내 최대 규모의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경찰과 행정기관은 거리에서 단속한 사람들을 형제복지원에 보내 강제 수용했고, 수용자들은 장기간 감금과 강제노역, 폭행 등 각종 인권침해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이를 국가 공권력이 개입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명했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강제수용의 근거가 된 1975년 내무부 훈령과 관련해 "내부 행정명령에 그치고 대외적으로 국민을 구속하는 것이 아님에도 국민을 강제로 체포·감금·격리할 수 있게 규정함으로써 기본권을 제한하고 침해한다"며 무효라고 판단했다.
훈령에 규정된 '부랑인'의 정의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반하고, 영장 없이 강제 수용을 가능하게 해 영장주의와 적법 절차 원칙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부산광역시의 책임에 대해서는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산광역시는 1962년쯤부터 자체적으로 재생원을 운영하다가 그 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만드는 등, 국가가 부랑인 단속 및 수용시설 관련 정책을 시행하기 전부터 선행 추진하고 있었다"며 국가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배척했다.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피고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객관적 기산점을 기준으로 한 장기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감금과 구타, 강제노역 등으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현재까지도 트라우마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현재까지도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수용 기간에 따라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realk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