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입력 투표수 분산하라" 중선위 지시…커지는 '투표율 통계조작' 의혹
중앙·경기선관위 실무진 입건…다른 지역 등 확대 전망
관리 부실→전산 조작 '새 국면'…"선거 체계 신뢰 붕괴"
- 최동현 기자, 이기림 기자, 송송이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이기림 송송이 기자 = 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투표율 허위 입력'을 벌인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통계를 최종 관리하는 중앙선관위 실무진이 경기도 선관위 실무진에 "오입력된 투표자 수치를 다른 지역 투표소로 분산시켜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자 통계는 전국 투표소에서 매시간 수기로 집계해 읍·면·동 선관위→시·군·구 선관위→시도 선관위→중앙선관위 순으로 보고된다. 전산 통계를 관리하는 최종 윗선인 중앙선관위가 역으로 하급 선관위에 '통계 조작'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차장검사)는 최근 공전자기록위작·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중앙선관위 실무자 A 씨와 경기도 선관위 실무자 B 씨를 각각 입건했다.
A 씨는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인 6월3일 C투표소의 실제 투표자 수와 전산상 숫자가 일치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B 씨에게 "오입력된 인원수를 다른 지역 투표소로 분산시켜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A 씨의 지시에 따라 C 투표소의 일부 투표자 수를 타지역으로 분산해 전산 오류를 은폐한 혐의를 받는다.
합수본은 같은 혐의로 이날 오전부터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합수본은 지난달 11일 압수수색을 통해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을 확보하고, 추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이날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와 본투표 당일 1시간 단위로 전국 투표소의 투표자 수(투표율)를 집계·공표한다. 각 투표소의 투표관리관이 투표자 수를 집계해 보고하면 읍·면·동 선관위가 합산 투표자 수를 선거관리시스템에 입력한다. 이후 구·시·군→시·도→중앙선관위 순으로 투표자 숫자가 합산 보고되는 방식이다.
특정 투표소에서 오입력이 발생하면 상부 보고와 결재를 받아야 수정할 수 있다. 통상 읍·면·동 선관위에서 최초 전산 입력이 이뤄지고, 시도 선관위나 중앙선관위가 수정 허가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최종 결재권자인 중앙선관위와 경기선관위 실무진이 절차를 무시하고 '짬짜미'로 숫자를 고친 셈이다.
합수본은 선관위 실무자들이 '오차 분산' 방식으로 입력 오류를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선거인 수가 2000명인 투표소에서 실제 투표자 100명을 1000명으로 잘못 입력하면 투표율은 5%에서 50%로 비정상적으로 치솟는다. 이 경우 초과분 900명을 다른 투표소 9곳에 100명씩 분산 입력한 뒤, 실제 투표자 수가 전산상 수치를 따라잡을 때까지 9개 투표소 집계치를 갱신하지 않거나 실제보다 적게 입력하는 방식으로 '통계 돌려막기'를 했다는 것이다.
합수본이 최초 수사에 착수했던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의혹은 선관위 직원들의 관리 부실 또는 직무 태만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는 고의성 입증이 까다로워 직무유기 등 혐의로 처벌되거나 단순 징계에 그칠 전망이었다.
하지만 '통계 왜곡'은 단순 과실을 넘어 조직적·의도적인 범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사안의 무게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무진급이 손쉽게 통계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과거 선거의 통계 조작 가능성도 열려있어 수사 대상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법조계에선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안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차장검사까지 근무했지만 (선관위 통계 왜곡은) 경험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선거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까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가뜩이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크게 흔들린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투명성마저 의심받게 됐다는 지적도 많다.
지청장 출신인 류혁 변호사는 "선관위가 과오를 숨기기 위해 '조작'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관련자들의 중징계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이고, 국가 선거 시스템의 신뢰를 심각하게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합수본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를 분석한 뒤 조만간 A 씨와 B 씨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나아가 경기도 선관위 외 다른 지역에서도 통계 왜곡이 이뤄졌는지, 중앙선관위 윗선 개입 또는 묵인 정황, 과거 선거에서의 유사 사례, 통계 왜곡의 관행화 여부 등을 전방위로 수사할 방침이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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