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모르는 사이 소멸시효 연장…금융사 공시송달 특례 폐지 추진

법무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추진
금융위, 소멸시효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 원칙 확립 정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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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앞으로는 채무자가 모르는 사이 금융기관이 지급명령을 통해 채권의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금융기관이 소멸시효 연장을 위해 무분별하게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통한 공시송달 특례 폐지를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지급명령(독촉)절차란 채권자의 지급명령 신청으로 이뤄지는 약식 분쟁해결 절차로, 채권자가 법정에 나오지 않고도 강제집행 권원을 받을 수 있는 간이한 절차다.

절차의 간이성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지급명령 절차에서는 공시송달이 허용되지 않지만(민사소송법 제462조 단서), 2014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돼 일부 금융기관에 대해 예외적으로 지급명령 절차에서도 공시송달이 허용돼 왔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현행 특례제도를 통해 상환능력이 희박한 취약계층의 채무자에게까지 기계적으로 소멸시효를 연장함으로써, 경제적 위기에 놓인 채무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채무의 소멸시효가 연장돼 장기간 추심의 고통을 겪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기관의 업무 편의를 위해 간소화된 공시송달 요건이 채무자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현행 제도를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은 약 285만8000건에 달한다. 통상 채권 소멸시효는 5년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소멸시효 연장이 반복되며 장기 추심 구조가 굳어져 왔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공시송달 특례 폐지를 추진하고, 금융위원회는 소멸시효의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 원칙을 확립하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는 금융기관이 이미 세법상 손실로 인정받은 상각채권에 대해 시효를 계속 연장하며 장기간 회수를 시도하는 관행을 개선하고자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을 개정해 9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융기관은 개인금융채권의 소멸시효가 처음 돌아오는 시점에 시효를 완성하는 조건으로만 대손인정 및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금융기관별 개인금융채권 소멸시효 완성실적 보고·공시시스템을 마련하고 올해 상반기 실적부터 공시해 금융기관의 소멸시효 완성 유인을 제고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기관이 개인금융채권의 회수 가능성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해 시효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금융회사별 내규에 반영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는 장기 연체의 늪에 빠진 채무자의 재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무분별한 시효 연장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 관련 법률의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상환능력이 희박한 채무자에게까지 기계적으로 소멸시효 연장을 위한 지급명령을 신청해 장기간 추심하는 잘못된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