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장윤기 사건 진실 밝히겠나"…항고·재수사도 '빈껍데기' 우려
이의신청·항고해도 검사는 '기록 검토'만…재수사는 다시 경찰로
경찰 비위도 경찰이 수사?…법조계 "제식구 감싸기 논란 반복"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장윤기 사건'으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이 불붙은 가운데, 검사의 직접·보완 수사권이 전면 폐지될 경우 항고·이의신청·재수사 등 피해자와 고소인의 마지막 구제 절차마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의 수사권 박탈과 수사 주체의 일원화다. 경찰 수사에 미심쩍은 정황이 있어도 다시 경찰로 사건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 부실 수사나 사건 암장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0일과 13일 법안심사제1소위를 연달아 개최해 3건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김용민 안, 김한규 안, 차규근 )을 논의했다. 법사위는 추가 논의를 거쳐 하나의 수정안(대안)을 만들 계획이다.
민주당 안(김용민·김한규)의 공통점은 검사의 직접·보완 수사권을 박탈하고,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사경)으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검사는 사경에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는데, 김한규 안은 △이행 기간 법정화(최대 2개월) △강제성 부여 등 보완수사 요구 조항을 상대적으로 보강했다.
이의신청·재수사·항고 등 권리구제 절차도 두 개정안이 대체로 비슷하다. 두 안 모두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기존 고소인·피해자뿐 아니라 고발인에게도 부여하고,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하면 경찰이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재수사를 마치도록 했다. 김한규 안은 검사가 재수사 결과를 검토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다시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문제는 이의신청이나 재수사 사건에서 '검사의 입체적 판단'은 사실상 배제된다는 점이다. 두 개정안 모두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금지하고 있어, 검사는 수사 미진이나 증거 은폐 등 숨은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다. 설령 새로운 의혹이 발견돼도 이를 재수사할 주체는 사법경찰이다.
항고 사건도 마찬가지다. 고소인이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할 경우 고등공소청 검사가 사건을 다시 검토하게 된다. 하지만 고등공소청 검사도 경찰 수사 기록만을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항고 사건의 추가 수사도 다시 사법경찰이 맡는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제2의 장윤기 사건'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윤기 사건은 성범죄 목적을 밝힐 핵심 증거인 리얼돌(성인용 인형)과 케이블타이(공업용 묶음 끈)가 사라진 사실이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그러나 새 형사소송법 체제에선 공소청 검사가 수사 기록에 없는 의혹은 포착하기 어렵고, 그마저도 사법경찰의 수사에 다시 의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비위 정황이 드러나더라도 결국 경찰이 스스로를 수사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법상 판·검사의 비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나 경찰이 수사할 수 있지만, 경찰은 경무관 이상 고위직만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국회에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이 같은 수사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이 빠져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고소인이 항고해도 고등공소청 검사는 기존 기록으로만 판단해야 하고, 재기수사도 (1차 수사를 했던) 사법경찰이 수사하게 된다"며 "이의신청도 검사가 한 번 더 수사를 해달라는 제도인데, 결국 사법경찰이 (수사를) 보게 될 수밖에 없으니,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다른 부장검사도 "경찰(사법경찰)을 수사할 기관이 사실상 경찰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라며 "특정 경찰서의 비위가 드러나더라도 중대범죄수사청은 수사 범위가 (6대 범죄로) 제한돼 있고, 다른 지역 경찰서는 관할 문제로 수사를 맡기기 어렵다. 그렇다고 국가수사본부에만 무작정 맡길 수도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결국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보완수사 폐지의 최소한의 대안으로 '전건송치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청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이 자체적으로 주요 피의자를 불입건하거나, 내사 종결하고 불송치하면 검사로선 제대로 수사를 했는지 알 길이 없다"며 "그래서 모든 수사 기록을 다 넘기는 전건송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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