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필 신임 처장 취임… '대법관 공석 장기화' 돌파구 기대

노태악 후임 지연 사태 지속…10년만의 '호남 처장'으로 갈등 봉합?
'李 유죄판결' 이유 갈등 지속시 여권도 부담…재판지연 책임도

노경필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29대 법원행정처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노경필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14일 취임하면서 박영재 대법관의 처장 사퇴 이후 넉 달 넘게 지속됐던 처장 공석 사태가 일단락됐다.

청와대와 대법원의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 문제가 계속 교착되고 있는 가운데 노 신임 처장의 취임으로 문제의 실타리를 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노 신임 처장은 14일 취임식을 열고 본격 업무에 돌입했다. 노 처장은 "국민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에서부터 저의 사명을 시작하려 한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후보자들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인선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이흥구 대법관 후보 추천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대법관 후임 제청까지 지연된다면 대법관 공석 사태로 인한 상고심 재판 지연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흥구 대법관 후임 제청까지 지연되면 대법원이 '12인 체제'가 된다. 이미 노 대법관이 처장으로 가면서 대법원 3부 소속 대법관이 3명으로 줄어들었는데,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이 대법관도 3부 소속이다. 3부 소속 대법관이 2명으로 줄어들면 재판부 조정이 불가피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 경험이 거의 없는 정통 법관인 노 대법관을 신임 처장에 임명한 것은 현재의 인선 교착을 풀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 처장 고향은 전남 해남이다. 호남 출신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016년 고영한 전 대법관 이후 10년 만이다. 또 노 처장은 일선 법관 및 직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판사는 "중도 성향의 호남 출신이고,뛰어난 소통능력과 친화력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이 사태를 해결할 적임자가 노 대법관이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처장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전원합의체 사건의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다수의견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여권과의 갈등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처음 출석한 박영재 당시 신임 처장에게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일이 사라질 뻔했다"고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 전 처장은 당시 이 대통령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었다.

그러나 당시 유죄 취지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노 처장에게까지 책임을 묻는다면 결국 여권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지 않았다는 정치적 이유로 독립된 헌법기관인 사법부를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여권이 노 처장 임명에 크게 반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당시 무죄 의견을 낸 대법관은 오경미, 이흥구 대법관 2명이다. 이 대법관은 오는 9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당시 재판에 참여하지 않은 천대엽 대법관은 박 전 처장 전임으로 이미 2년간 처장직을 맡았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후임 인선 문제 장기화로 대법관 공백이 2명으로 늘어나 상고심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재판 지연에 대한 책임에서 여권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신임 처장 취임을 계기로 조만간 여권과 대법원이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할지 관심이 모인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