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사업 보상 미흡" 토지 불법 점유…법원 "부당이득도 반환해야"

도시정비사업과 달리 공공주택 명시적 대법 판결 없어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정부가 공공주택사업을 진행하면서 토지 소유주들에게 보상금 지급을 완료했다면, 보상금 지급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토지를 불법 점유하고 있던 기존 소유자들에게는 토지를 인도해야 할 의무는 물론 부당이득 반환 의무까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민사6부(부장판사 차지원)는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박 모 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토지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토지를 공동해 공사에 9억2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성남 복정지구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는 공사는 2020년 박 씨와 김 모 씨 소유 토지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그런데 박 씨 등은 비닐하우스 8동과 일부 울타리가 보상 대상에서 빠졌다며 토지를 계속 점유했고, 공사는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박 씨 등은 "비닐하우스 등이 보상 합의에서 누락됐고,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 보상을 하는 등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토지 인도 및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박 씨 등이 점유한 토지를 공사에 인도하고, 공사가 소유권을 취득한 2020년 9월부터 2024년 4월까지의 부당이득 7억72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또 땅 인도를 완료할 때까지 월 24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도 했다.

2심도 9억 27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손실보상액이 부족하다는 사정을 들어 인도·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없다"며 "다만 재결 신청 청구, 이의신청, 행정소송 제기를 통해 보상을 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실보상에서 누락됐다고 주장하는 비닐하우스는 사업인정고시 이후 허가를 받지 않고 새롭게 설치한 것으로 손실보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박 씨 등은 도시정비법상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업시행자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상황인 공공주택사업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은 "공공주택 특별법에서는 이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 대법원 판결은 주거이전비 등에 대한 수용재결 신청이 이뤄지지 않아 재결절차에서 보상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으로 박 씨 등 사안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과 달리 공공주택 사업에서 불법 점유자들이 토지 인도 의무를 넘어 부당이득 반환까지 부담하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명시적 판단은 아직 없다.

박 씨 등은 "손실보상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한 인도 의무를 넘어 부당이득 반환 의무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은 헌법상 완전보상 원칙을 실질적으로 잠탈한 것이고,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라며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