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 부정수급 단정 어려운데 기소유예"…헌재, 검찰 처분 취소

헌재 "자의적 검찰권 행사"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2026.3.26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건설 현장 근로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한 것처럼 허위 진정을 해 간이대지급금을 부정수급했다며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1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청구인 5명이 수원지검 여주지청 검사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처분을 취소했다.

청구인들은 경기 지역 전원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한 근로자들이다. 검찰은 이들이 실제로는 김 모 씨가 운영하는 건설업체 소속 근로자였음에도, 시공사 소속 직영 근로자로 일하다 임금을 받지 못한 것처럼 허위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해 간이대지급금을 부정수급했다고 봤다. 간이대지급금은 체불 임금 등을 국가가 사업주 대신 일정 한도 내에서 먼저 지급하는 제도다.

이에 검찰은 2024년 4월 청구인들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처분이다.

청구인들은 자신들이 시공사 소속 근로자로 일했고, 설령 김 씨 업체 소속으로 보더라도 파견근로자로서 시공사에 임금채권을 가진다며 거짓으로 대지급금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들이 시공사 소속 근로자인지 여부였다. 청구인들이 시공사 소속 근로자로서 대지급금을 받은 경우 임금채권보장법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대지급금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관련 형사 사건에서 공범으로 지목된 김 씨는 일부 사기·임금채권보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판결이 확정됐다. 법원은 김 씨와 청구인들이 시공사 소속 근로자가 아닌데도 허위로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해 대지급금을 청구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의 대지급금 환수·부당이득 추가징수 처분에 관한 행정 사건에서도 법원은 청구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들이 시공사의 근로자가 아님에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대지급금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처분을 취소했고, 2심을 거쳐 판결이 확정됐다.

헌재는 "확정된 관련 판결들에서 인정된 사실관계 등을 종합할 때 청구인들이 시공사 소속 근로자가 아님에도 이를 가장해 대지급금을 받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청구인들의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이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처분을 취소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