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사건서 '성희롱 징계' 수사 안한 檢…헌재, 불기소처분 취소

"자의적 증거판단·수사미진으로 사실 오인해 결론 그르친 검찰권 행사"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약 2년 전 발생한 '택시 뒷자리 강제추행 혐의 사건' 피의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회사에서 성희롱 관련 징계를 받았음에도 추가 수사를 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한 검찰의 판단은 피해자를 상대로 헌번상 기본권인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강제추행 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기혼 남성 A 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미혼 여성 B 씨가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수원지검 여주지청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했다고 10일 공시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24년 6월 24일 저녁 회사 기숙사 인근 식당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새벽까지 단둘이 술을 더 마신 이후 택시에 동승했다. B 씨는 이튿날 오전 0시 40분쯤 택시 뒷자리에서 A 씨로부터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B 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A 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B 씨가 취한 상태라 기억이 정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B 씨가 사건 직후 다시 잠이 들었다는데 추행을 당한 사람으로서 통상적이지 않으며 △택시기사가 입맞춤을 목격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B 씨는 △이 사건 직전 A 씨가 자신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점 △목적지가 다른데도 A 씨가 택시에 동승한 점 △사건 발생 직후 B 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이 사건을 알린 점 △거짓말탐지기에서 A 씨 발언이 거짓으로 확인된 점 등을 이유로 A 씨의 피의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B 씨는 "설령 이 사건 피의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피청구인(검찰)은 추가적인 수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불기소 처분을 해 청구인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A 씨가 이 사건 택시를 타기 전 B 씨와의 대화를 녹음한 경위 및 녹취 내용, 사건 직후의 경과 등을 종합하면, 사건 당시 A 씨가 술을 상당히 마신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 사실을 착각 내지 오인할 정도로 만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B 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진술 번복 경위에 관한 B 씨의 변명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살피지 않았다"며 "B 씨에 대한 (회사의 성희롱) 징계 관련 자료는 당시 택시를 따라 탄 B 씨의 심리 상태와 이와 관련한 A 씨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한 자료라 할 것임에도, 이에 관한 추가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A 씨 및 B 씨의 진술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이 사건 피의사실과 관련된 간접증거 또는 정황증거에 대한 충분한 보완수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A 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 불기소처분을 했다"며 "자의적인 증거판단과 수사미진으로 사실을 오인해 결론을 그르친 검찰권의 행사"라고 덧붙였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