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원장 상근화 논의 본격화…관건은 '독립성·호선' 설계

"상임 여부는 법률로 정할 문제"…'호선 원칙' 유지 관건
대법관 겸임 관행 손질하되…정치권 통제 확대는 경계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6.6.5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송송이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상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상근화 자체는 법률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는 해석이 많지만,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핵심은 정치권의 선관위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호선 원칙을 유지하면서 현직 대법관의 비상근 겸임 구조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느냐다.

헌법은 '호선'만 규정…상임 여부는 법률 영역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본관에서 조정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 4부 요인과 약 1시간 회동을 갖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중앙선관위원장과 지역선관위원장의 상근화 문제가 의제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회동 브리핑에서 "선관위의 상시화 문제, 선관위원장이 상시적으로 근무할 문제, 지방선관위의 상시성 문제 등이 논의됐다"며 "결론은 국회에서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헌법 제114조는 중앙선관위를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규정한다.

위원장의 상임·비상임 여부는 정해두지 않았다. 현직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조항도 없다. 대법원장이 지명한 현직 대법관이 호선을 거쳐 위원장을 맡아온 것은 수십 년간 이어진 관행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개정 없이 법률 개정만으로 상근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상임위원인지 비상임위원인지는 헌법이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법률로 정할 수 있다"며 "호선과 상임 문제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관행에 따라 대법관인 위원이 위원장을 맡아왔지만, 그 관행을 유지할지 다른 방식으로 호선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9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2026.6.9 ⓒ 뉴스1 김민지 기자
'호선 원칙' 유지하며 상근화 가능…설계 방식이 변수

위원들이 현행처럼 위원장을 호선하고, 호선된 위원장이 그때부터 상근하도록 하는 방식은 호선 원칙과 충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위원장 후보군을 법적으로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상근 의무를 통해 현직 대법관의 비상근 겸임 관행을 사실상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의 직무태만을 방지하려면 강력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근 위원장 제도가 필요하다"며 "선거소송을 대법원이 담당하는 만큼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는 이미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4년 10월 대표로 발의한 선관위법 개정안은 중앙선관위원장과 시도선관위원장을 상임으로 하고, 중앙선관위에 위원장 외 상임위원 2명을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원장과 상임위원 2명을 대통령·국회·대법원장 몫 위원 중 각 1명씩 호선하도록 해 사실상 3인 상근 체제를 설계했다.

선관위도 2023년 내부 연구에서 위원장을 포함한 3인 상근 방안을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검토한 바 있다.

다만 상근위원을 3부 몫별로 배분하거나, 상근위원 중심으로 위원장 선출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은 별도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헌법은 중앙선관위원장을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법률이 상근위원 구성이나 위원장 선출 순서를 지나치게 구체화할 경우 위원들의 자유로운 호선권을 제약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상근화만으론 부족…독립성 훼손 없는 설계가 과제

상근화 논의가 선관위에 대한 정치권의 외부 통제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핵심 과제다. 선관위는 선거관리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입법·행정·사법부 어느 한쪽에도 종속되지 않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상근화가 현장 관리 부실을 곧바로 해소하는 만능 대책은 아닌 만큼, 조직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로스쿨 교수는 "위원장이 형식적으로는 외부 인사인 판사가 겸직하는 구조에서는 내부 통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위원장만 상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한시적으로라도 선관위 조직 체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제를 강화하더라도 집권당의 간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