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원치 않는다" 했는데 약식명령 확정…대법, 존속폭행 공소기각

처벌불원 의사 표시 뒤 약식명령 청구…벌금 100만원 확정
검찰총장 비상상고 제기…대법 "공소제기, 법률 규정 위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아버지를 폭행한 혐의로 벌금형 약식명령이 확정된 아들이 대법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인 아버지가 약식명령 청구 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존속폭행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된 A 씨 사건에서 원판결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했다.

A 씨는 2022년 11월 천안시 동남구의 한 마트 앞에서 60대 아버지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마트에 진열된 족대로 아버지의 팔을 3차례 때리고 발길질한 혐의를 받았다.

검사는 A 씨에게 존속폭행죄를 적용해 2023년 10월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이듬해 2월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정식재판 청구 기간(약식명령이 고지된 날로부터 7일 이내)이 지나면서 약식명령은 2024년 3월 확정됐다.

그러나 피해자인 아버지는 약식명령 청구 전인 2022년 11월 6일 이미 수사기관에서 A 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형법상 존속폭행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에 검찰총장은 지난해 5월 확정된 약식명령에 법령 위반이 있다며 비상상고를 제기했다. 비상상고는 형사판결이 확정된 뒤 판결에 명백한 법령 위반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시정을 구하는 절차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이 사건 약식명령 청구 전 이미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했으므로 이 사건 약식명령 청구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간과한 원판결은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써 피고인에게 불이익하다"며 원판결을 파기하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