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사태' 선관위, 직무유기? 선거방해?…합수본, 고의성 입증이 관건

李대통령 "철저한 진상규명" 지시…검경 합수본 곧 출범
'용지 축소' 경위 규명이 핵심…"판단 착오, 처벌 어려워"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정윤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 규명을 지시하면서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8일 닻을 올릴 전망이다. 검경은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들이 유권자들의 투표를 방해할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이날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직무유기·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상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김순환 사무총장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에 착수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내 투표소 14개소를 비롯한 총 50개소에서 투표용지가 동나 일부 유권자들의 참정권이 침해된 사건이다. 대검찰청은 이르면 이날 검·경 합수본을 구성할 예정으로, 향후 합수본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법조계는 선관위 공무원들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로 '직무유기'(형법 제122조)를 우선 꼽는다.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다. 서민위 외에도 6개 시민단체가 선관위 관계자 13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추가 고발한 상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의 자유방해'(제237조)도 거론된다. 선거의 자유방해죄는 폭행·협박·체포·감금·유인 등 유형력 행사뿐 아니라 위계·사술 등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인의 투표권 행사나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방해한 경우 성립한다.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범죄 주체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2026.6.8 ⓒ 뉴스1 허경 기자

관건은 '고의성' 여부다. 직무유기죄는 선관위 공무원들이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인식했거나 예견하고도 내버려둔 사실이 입증돼야 성립한다. 선거자유방해죄도 투표권 행사 방해에 대한 인식과 고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단순 실수나 판단 착오만으로는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호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직무유기 행위가 되려면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의도적으로 방기했는지를 입증해야 하고, 선거자유방해도 (투표 방해에) 속임수나 위계, 기타 폭행적 수단을 사용했는지를 두루 봐야 한다"며 "지금까지 나온 현상만 본다면 단순한 실수로 보여진다"고 했다.

검찰도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선거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는 "선관위가 (용지 부족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예상했는지가 관건"이라며 "이번 사안에 선거자유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도 판단이 쉽지 않다"고 했다. 다른 차장검사도 "선관위 공무원들이 '투표 방해'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했다.

결국 합수본 수사는 중앙선관위가 유권자의 110%에 해당하는 투표용지 예산을 확보하고도 실제 인쇄 지침을 50% 수준으로 낮춘 이유를 규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이 예견됐는데도 선관위가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경위 역시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관위 공무원들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5월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3차례 전국 단위 선거에서 투표하지 못한 허 모 씨에게 각 200만 원씩 총 6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