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힐 뻔한 '농촌 외국인 강간 사건'…檢 보완수사로 10년 만에 범인 덜미

검찰, 베트남 국적 A 씨 구속기소…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판결받아
보완수사 끝에 지인 추가 기소…미궁 빠졌던 10년 전 범행도 밝혀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범인의 인적사항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경찰이 수사를 중지하면서 자칫 암장될 뻔한 '외국인 남성의 강간치상 사건'이 검찰의 보완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져 최근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범인의 지인이 가세해 피해자에게 고소를 취하하라며 보복성 협박을 가한 혐의까지 입증해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6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기소 된 베트남 국적의 40대 남성 A 씨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혐의를 받는 이 모 씨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A 씨는 2024년 11월 이른 오전 대구의 한 농촌 지역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같은 국적의 10대 피해자 주거지에서 폭행하고 강간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2014년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해 해당 지역 농촌에서 일하며 베트남 근로자들을 인근 농업 현장에 연결해 주는 일을 하다가 피해자를 알게 됐다.

이 씨는 같은 해 12월 A 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앙심을 품고 피해자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베트남 출신인 이 씨는 2005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뒤 귀화했으며 A 씨와는 2013년부터 10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헤어진 사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 날 피해자로부터 고소장을 접수받아 수사에 착수했으나 약 5개월 만인 2025년 3월 말 A 씨의 소재지와 인적사항 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수사중지(피의자중지) 의견으로 기록을 검찰에 넘겼다.

기록을 검토한 검찰은 '통신내역 분석을 통해 피의자 소재를 확인하고 체포영장을 통해 신병 확보를 고려하라'는 취지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담당 검사는 피해자 진술상 피의자 이름, 생년월일 등 확인이 가능하고 관련 약식명령상 피의자 인적사항 특정이 가능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A 씨를 체포해 조사한 뒤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 씨 등 사건 관계자 소환조사, 압수수색 등 약 2개월간 보완수사를 통해 A 씨가 10년 전에도 강간미수 혐의로 수사받은 사실, 이 씨가 피해자를 상대로 고소 취하를 압박하며 회유한 정황 등을 포착했다.

앞서 A 씨는 2014년 경남 창원 소재 또 다른 베트남 국적의 여성 주거지에 침입해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추가 단서가 나올 때까지 이 사건 수사를 중단하고 '관리미제 사건'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검찰은 2014년 강간미수 사건 범인과 A 씨의 DNA(유전자 정보)가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해당 경찰서에 수사 재개를 요청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A 씨와 이 씨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지난달 7일 A 씨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 씨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와 연인관계에 있었고 강간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했다"면서 "지인들로 하여금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인 사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해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등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B 씨에 대해서는 "고소 취하를 목적으로 피해자를 협박한 이와 같은 범죄는 피해자 개인의 법익을 침해할 뿐 아니라 수사기관 등의 실체 진실 발견 및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두 사람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A 씨 경우 피해자에게 1200만 원의 합의금을 지급해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한 점, B 씨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은 양형에 유리한 요소가 됐다.

A 씨 등과 검찰이 기한 내 항소하지 않아 1심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에도 적극적인 보완수사를 통해 성폭력 범죄 등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피해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