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선관위 논란 반복 뒤엔…분산된 조직, 감시·견제 미흡

책임 묻기 어려운 구조…비상임 대부분, 조직 장악력 떨어져
외부 전문가 위주 감사 체계 필요…비상임→상임 필요성도

5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함을 이송하고 있다. 2026.6.5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문혜원 송송이 기자 =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구조적 문제로 인한 '무사안일주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선관위원장 등 윗선에서 조직을 통제하지 못하고, 내·외부적인 감사 체계 부실 등 꼽았다.

'주인 없는 회사' 같은 구조적 문제…"전국적으로 분산된 조직" 지적도

6일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송부한 투표소는 전국 1만 4288개 중 67개소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35개, 부산 8개, 대구 7개, 인천 6개, 울산 3개, 경남 8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추가 송부했고, 서울 송파구가 15개로 가장 많았다.

이번 사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수장인 노태악 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은 전날(5일)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투표지를 바구니나 쇼핑백 등에 담아 옮기면서 이른바 '소쿠리 투표'로 논란이 된 바 있다.

2023년에는 선관위 전·현직 간부 자녀들이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감사원 감사에서 일부 특혜 채용이 드러나며 질타받기도 했다.

이어지는 선관위 논란의 원인으로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입법·사법·행정부에 속하지 않고,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외부 통제가 제한적이고 위원장과 위원들 대부분이 비상임직이어서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와 같다는 구조적 문제가 꼽힌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독립된 기관이지만 위원장과 위원 등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고위직들이 모두 비상임이고, 각 지역 선관위에서 결정하는 사안이 많다 보니 이를 책임지는 구조도 형성돼 있지 않고 견제할 기구도 없다"며 "문제가 발생해도 그 원인을 규명할 조직도,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조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위원장을 포함해 최고 위치에 있는 선관위원들 대부분이 비상임이다 보니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다"며 "선관위 특성상 선거가 매년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선거 때에는 외부 공무원을 파견받아 선거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된 것처럼 투표용지 인쇄 등은 각 구·시·군 선관위가 담당하도록 하는 등 중앙선관위가 아닌 지역 선관위에서 의결을 거쳐야 하는 점도 지적됐다.

공직선거법 제151조에서는 투표용지와 투표함은 구·시·군 선관위가 작성해 선거일 전일까지 읍·면·동 선관위에 송부하며, 이를 송부받은 읍·면·동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봉함해 보관하였다가 투표함과 함께 투표관리관에게 인계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구·시·군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를 담당하는데, 송파구선관위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번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50%로 결정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율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데, 물량을 50%로 결정한 기준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독립된 기관이라고 하지만, 행정 업무를 하고 있어 이를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A 씨는 "지역별로 투표율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지역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서 하라는 뜻인데 각 구·시·군 선관위에서 정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현실 투표율을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에서 10여 년 근무한 B 씨도 "구·시·군 선관위의 경우 규모도 작고 근무하는 직원, 위원회 구성도 작다"며 "선거 관리 부분에 있어 지역 선관위별 차이가 있다 보니 직원들의 판단도 달랐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적으로 분산된 조직이고, 윤리의식까지 떨어져 관리 체계까지 무너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부 전문가 위주 감사 체계 필요…위원장 상근 필요성도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져 개표가 미뤄졌던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의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2026.6.5 ⓒ 뉴스1 김도우 기자

선관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날(4일) 외부 전문가 위주로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문제점과 원인, 책임을 철저히 따져 국민께 모든 결과를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 명예교수는 "외부 감사는 부적절하겠으나 내부 감사를 선관위 직원들로만 꾸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외부 전문가들로 꾸리겠다고 한 만큼 실제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위원회를 통해 당분간 계속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위원장 등 비상임직을 상임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법에 따르면 각 선거관리위원회는 각 1명을 상임위원으로 둔다. 상임위원은 위원장을 보좌하고 소속 사무처의 사무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상임을 제외한 선관위원들은 모두 비상임 명예직이다.

신 교수는 "선관위원들이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모두 비상근"이라며 "선거 전문가들을 두고 상근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