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5·18 피해자 형제자매도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가능"

"헌재 위헌결정 전까지 권리행사 장애"…가족 위자료 파기환송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폭행·총격 등으로 숨지거나 다친 피해자의 형제자매 등 가족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A 씨 등 2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 등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폭행과 총격, 군용차량 충돌 등으로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피해자들과 그 유족이다. 일부 피해자는 부상 뒤 후유증과 정신질환을 겪다 사망했다.

관련자 본인 또는 유족들은 과거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2021년 5월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의 '재판상 화해 간주 조항'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을 위헌으로 판단하자,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당시 헌재는 해당 조항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해 국가배상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이뤄진 재판에서 쟁점은 피해자 본인의 정신적 손해뿐만 아니라 유족의 고유한 위자료 청구권도 인정되는지, 이들의 청구권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는지였다.

1심은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일부 유족의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였다. 인용액은 전체 청구액(38억4999만 원)의 약 38% 수준인 총 14억8074만 원이었다.

2심은 일부 원고들에 대한 배상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형제자매 등 일부 가족의 고유 위자료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상 '유족'은 관련자의 재산상속인을 뜻하는 만큼, 이들에게는 헌재 위헌 결정 전까지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형제자매 등 관련자의 재산상속인이 아닌 가족은 보상법상 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므로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 행사에 같은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청구권은 보상금 지급 결정일 무렵부터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진행돼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봤다. 5·18 관련자 가족들이 보상금 지급 결정 당시 국가의 불법행위와 손해를 인식할 수 있었더라도, 헌재 위헌 결정 전까지는 가족 고유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위헌결정일인 2021년 5월 27일까지 관련자의 가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며 "그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소를 제기한 이상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 고유 위자료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환송했다.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지난 1월 22일 선고한 5·18 정신적 손해배상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따른 것이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