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대법원은 견제 시험대…1년 만에 법조 대개편
[李정부 1년] 중수청·공소청 안착, 형소법 막판 쟁점
사법개혁 3법 우려 속 시행…입법 보완·후속 대책 필요
- 서한샘 기자,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김종훈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법조 지형이 크게 흔들렸다.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태어난 검찰청은 오는 10월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재판소원·법왜곡죄·대법관 증원을 담은 사법개혁 3법은 시행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 속도감 있게 추진된 개혁은 이제 입법의 성패가 아니라 운용의 성패를 묻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의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검찰청 폐지다. 정부조직법 개정과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 등 관련 입법이 마무리되면서 검찰청은 오는 10월 공소청으로 전환된다. 수사권과 공소권을 분리하겠다는 검찰개혁 구상이 제도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이다.
다만 남은 뇌관은 형사소송법 개정이다. 핵심 쟁점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할지, 경찰의 전건송치제도를 부활할지 등이다. 전건송치는 수사기관의 모든 사건을 검찰에 보내 최종 처분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이르면 이번 주 초 형사소송법 개정 초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자체는 폐지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완수사요구권의 범위와 불송치 사건 통제 장치 등을 두고 막판 조율이 이어질 전망이다.
검사가 피의자·피해자 면담이나 사건 기록 확인 등을 위한 '보완조사권'을 신설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추진단은 이 역시 수사의 일종으로 보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마지막 승부처로 보고 있다. 지난 27~29일 전국 고검장·검사장이 참여하는 화상회의를 열고 의견 청취에 나서는가 하면, 추진단에 전건송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 문제를 두고는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교조화해서는 안 된다"며 보완수사권 폐지와 보완조사권에 대해 모두 우려 목소리를 냈다.
그는 "증거 수집을 위한 모든 활동이 수사의 개념"이라며 "이를 행정조사로 보는 것은 형사법 체계 속에 행정법 체계가 들어오는 것으로, 재판 자체가 혼란스러워진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헌환 아주대 법전원 명예교수는 "보완수사권은 남용될 위험이 커 허용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며 "경찰은 수사만, 검찰은 기소만 담당하게 해 형사사법에 대한 법치주의적 통제 장치를 갖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건송치에 대해서도 "수사 종결 처분에 대한 사후 심의 절차 등 다른 견제 수단을 마련하면 된다"고 했다.
오는 10월 예정된 공소청·중수청 출범 준비도 빠듯하다. 중수청은 검찰의 주요 범죄 수사 역량을 어떻게 이식할지가 출범 초기 수사력 확보의 관건이다.
운영 체계 면에서는 중수청·경찰 국가수사본부·공수처 사이 사건 배분과 이첩 기준, 공소청과의 보완수사 요구 절차 정리가 급선무다. 청사 확보, 초대 수장 인선도 남은 기간에 끝마쳐야 한다.
사법개혁 3법은 '대법원 힘 빼기' 입법으로도 평가된다. 재판소원은 법원 재판을 헌법재판소 심판 대상으로 열어 헌법적 통제 장치를 만들었고, 법왜곡죄는 판사의 법 적용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대법관 증원 역시 대법원 구성과 상고심 운영 방식을 좌우할 입법이다.
특히 지난해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한 뒤 여권 내 사법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 견제 장치로 보는 시각이 많다.
3법 가운데 가장 먼저 본격 운용 단계에 들어선 제도는 재판소원이다. 지난 3월 12일 제도 시행 이후 접수 건수는 700건이 훌쩍 넘었고, 이 가운데 5건은 사전심사를 거쳐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이헌환 교수는 재판소원 초기 운용에 대해 "헌재가 재판소원의 요건에 맞는지, 헌법재판에 적합한지 등을 엄격하게 살펴 적절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본안 심리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법원 기록 송부 방식, 재판소원 인용 이후 후속 절차 등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헌재는 이와 관련해 법원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헌재가 사실상 대법원 위의 상급심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4심제'에 대한 경계도 여전하다.
법왜곡죄는 시행 초반부터 진통이 불거졌다. 판사·검사·경찰 등의 자의적 법 적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시행 이후 법관 등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이 잇따르면서 재판 독립 위축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원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법원행정처는 형사재판 보호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직무소송 지원센터 설립을 적극 검토 중이다. 직무 관련 고소·고발을 당한 판사에게는 수사 단계부터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최대 7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행정적인 측면에서 비용 지원은 필요하지만, 이것 역시 사후 대책"이라며 "수사 단계에서 부적절한 사건을 걸러내는 기준을 명확히 하거나, 입법을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관 증원은 상고심 구조 개편과 대법원 조직·인선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장기 과제다. 시행된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현재 14명인 대법관은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총 12명이 늘어난다.
현시점에서는 준비 기간 동안 상고심 구조와 대법원 조직, 재판연구관 확충, 대법관 인선 방식 등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핵심이다.
한 고법판사는 "대법관 수가 늘어나면 사건 처리는 일부 원활해질 수 있지만, 재판 당사자들은 대법관이 늘어난 만큼 심리불속행, 서면 심리 등 상고심 제도에 더 불만을 가질 수 있다"며 "재판연구관 확충과 그에 따른 하급심 공백에 대해선 대법관 증원을 이끈 여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입법 성과만 놓고 보면 속도감 있게 진행됐지만, 현장에서는 후속 설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부장판사는 "속도감 있는 입법이 당사자 의견, 숙의를 생략한 결과는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정치권에서 입법을 해놓고 소관 기관이 수습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보완 입법이나 후속 설계의 여지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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