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처벌될 수도"…검사장 테이블까지 오른 '보완조사권'

구자현 대행, 전국 고검장·검사장 화상회의서 '보완조사권' 의견 청취
"명칭 바꿔도 실질은 수사" "증거 못 쓰고 기본권만 침해" 檢 부글부글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송송이 기자 =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보완조사권'으로 대체될 경우 공소청 검사가 '법왜곡죄' 처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법조계 해석이 나왔다. 수사가 아닌 사실확인 절차로 확보한 자료는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운데, 검사가 이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증거 없는 기소'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단 지적이다.

검사장 회의 올라간 '보완조사권'…실효성 논란 도마에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7~28일 이틀간 주재한 전국 고검장·검사장 화상회의에서 보완조사권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 당초 회의 주제로 알려졌던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경찰의 전건송치제도 부활 외에 '제3의 현안'이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보완조사권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되, 피해자·피의자 면담 또는 사건기록 확인 등 공소 제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 권한은 남겨두자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보완조사권 명칭 외에도 '기소 전 준비절차', '행정조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거론되고 있다.

논란은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보완조사권 신설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일파만파 확산했다. 황문규 중부대 교수는 지난 8일 국회 토론회에서 "보완수사를 대체할 사실확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이에 입법 가능성을 따져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토론회에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폐지하면 서면 기록에만 의존할 수 없는 실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 기소 여부를 판단할 목적으로 조사 또는 면담 같은 사실확인 절차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법적 성격은 수사가 아닌 기소의 사전적 절차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과 법조계에선 곧장 '실효성 논란'이 분출됐다.

사실확인 절차를 통해 확보한 내용이 검사의 공소제기 여부 판단에 활용되는 순간, 그 실질은 결국 '수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1998년 판례에서 수사를 '범죄 혐의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를 제기·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범인을 발견·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한 검사장은 "실질이 수사인데도 '사실확인 절차'라는 이질적인 개념을 창설해 별도의 절차로 유형화하는 것은 기존의 형사사법체계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차장검사는 "조사를 빙자한 수사에 불과하다"며 "굉장히 문제점이 많다는 시각이 (검찰 내부에) 많다"고 했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도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보완수사권은 절대로 못 주겠다는 것 같은데 보완조사권은 왜 주겠다고 하느냐"며 "강제력 없는 보완조사권만으로는 제대로 사실확인이 어렵고, 기껏 보완조사해도 그 결과를 증거로 못 쓰니 비효율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이동해 기자
"보완조사권 신설 땐 법왜곡죄 위험"…檢개혁추진단은 '신중론'

진짜 문제는 보완조사권을 통해 확보한 진술이나 자료가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소청 검사 입장에선 이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경우 법왜곡죄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피해자·피의자 등 사건관계인도 형사절차상 권리 보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확인 절차를 수사가 아닌 것으로 본다면 해당 자료를 공판에 제출할 경우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로 공판에 현출되지 않으면 피의자는 어떤 자료가 기소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어 방어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근우 가천대 교수도 2022년 발표한 '공정거래분야 행정조사 제도의 형사법적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문에서 "위헌적·위법적 행정조사가 행해지고 그에 기해 수사나 기소가 이루어진 경우 그 공소 유지 자체가 힘들어지거나, 2차 증거의 증거 능력이 부인돼 합당한 유죄의 판결을 받아내는 데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보완조사권이 도입될 경우 공소청 검사가 법왜곡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보완조사로 확보한 내용이 증거가 아니라면(위법수집증거), 공소청 검사는 결국 적법한 증거가 없는 상태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해서다.

형법 제123조의2는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를 법왜곡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신중론'을 유지 중이다. 당초 복수안으로 만들어지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은 보완수사 요구권을 전제한 '보완수사권 폐지'(1안), '예외적 보완수사권 허용'(2안) 두 개 버전이 유력했다. 하지만 돌연 보완조사권이라는 제3의 안이 부상한 것에 추진단 내부에서도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추진단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보완수사의) 명칭을 조사로 바꾸더라도 그 실질은 수사에 해당한다는 점, 증거 능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 등 법적 쟁점은 (추진단도) 인지하는 것으로 안다"며 "보완조사권은 (공식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