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학대로 숨진 12살 소년의 마지막 일기장 "나는 없어져야"
[사건의 재구성]반복된 중한 학대…16시간 묶어두기도
살해 고의 인정 안돼 2심까지 징역 17년…파기환송으로 30년
-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엄마는 나만 없으면 모든 게 되고 내가 필요 없다고 하셨다. 어머니 말씀이 맞다. 그래서 나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2023년 2월 계모로부터 받은 반복된 신체적 학대에 못 견디고 12살 나이로 사망한 시우는 두 달 전 일기장에 이같이 적었다. 법원도 "11세 아동이 작성했다고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우의 계모 이 모 씨(46)는 시우만 보면 숨이 막혀 미칠 것 같고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시우는 이 씨와 사실혼 관계였던 A 씨(43·남)와 A 씨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인천 남동구에서 2018년 5월부터 시우를 키운 이 씨는 시우가 거짓말을 하거나 음식물을 방에 숨겨놓는다는 등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던 중 2022년 4월 A 씨와의 사이에서 가진 아이를 유산하자, 이 씨는 모든 불화의 원인이 시우에 있다고 생각하며 미움을 키웠다.
이때쯤부터 이 씨는 2022년 2월 시우가 사망할 때까지 수십 회에 걸쳐 신체적 학대를 시우에게 가했다. 선반 받침용 봉으로 때리고, 컴퍼스 지지다리 등 날카로운 물건으로 약 200회 넘게 긁거나 찌르는 등 12살 소년이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 씨는 "시우가 친모를 닮아서", "시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이 유산해서", "시우가 거짓말해서"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댔다.
시우를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붓거나 윽박지르는 등 정서적 학대도 있었다. 이 역시 시우가 시킨 집안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등 학대를 정당화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이 밖에도 이 씨는 "집중력을 키워주겠다"며 2022년 9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매일 오전 6시 시우를 기상시켜 성경 필사를 시켰다. 또 홈스쿨링을 시킨다는 이유로 시우를 29일간 학교에 보내지 않은 등 아동복지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친부 A 씨도 시우의 편은 아니었다. A 씨는 홈캠 기록과 시우의 일기장, 몸의 상처 등을 통해 이 씨의 지속적인 학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잠깐 이 씨를 질책하는 데 그쳤을 뿐, 나중에는 이 씨 기분을 살피며 학대 행위에 동조했다.
이 밖에도 이 씨는 집안 곳곳에 설치된 홈캠으로 시우의 행동을 감시했고, 시우가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카메라를 의식하면 폭언 또는 폭행했다.
기어코 이 씨는 시우가 사망하기 이틀 전인 2023년 2월 5일,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시우를 책상 의자에 16시간 동안이나 묶어 놓았다. 선반 받침용 봉과 플라스틱 옷걸이로 수십 회 시우를 구타하기도 했다.
밤새 고통으로 잠들지 못하던 시우는 결국 여러 둔력 손상으로 인한 내부 출혈로 2023년 2월 7일 사망했다. 2021년 38㎏이었던 시우의 몸무게는 죽기 직전 29.5㎏으로 9㎏ 가까이 줄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아동학대 치사 등 혐의를 인정, 2023년 8월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A 씨도 상습아동유기·방임 등 이유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살해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동학대 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시우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나선 건 시우의 친어머니였다. 시우의 친모는 "명백한 살인행위인데 1심 판결이 가해 행위에 대한 형량을 담지 못한다"며 직접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2심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아동학대 살해죄의 경우 범의를 판단할 때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는 법리를 재차 짚었다.
대법원은 "부검 감정서에 의하면 피해 아동은 지속·반복된 중한 학대로 심한 저체중 상태에서 구타 등으로 여러 둔력 손상을 입었고, 이로 인해 저혈량 쇼크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씨가 살해의 확정적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시우의 사망 후 약 2년이 지난 지난해 1월 7일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은 이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모든 아동은 안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해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모든 상태의 학대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며 "존엄한 생명의 가치를 해치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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